치자꽃 설화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오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였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는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치자꽃 설화' -박규리-
그래요,
난 사랑을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난 사랑의 방랑자가 되기로했습니다.
다 버릴 수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아쉬운대로 바랑하나 만큼의 내 소유는 가져가기로 합니다.
날더러 떠나라는 이도 떠나지 말라는 이도 없는
인생이지만,
내 안에서 어리석은 대로 내려지는 결론으로
망설임 없는 결정을 합니다.
어차피 가는 길은 '홀로 가는 길'이라는 유행가 처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늘 주고 받는 것이라는
되지도 않는 못되고도 잘못 된 맘을 가지고 살았으니 얼마나 어리석음인지요
사랑이라는 것은 내 속에서 일어나 내가 할 뿐인데 말입니다.
어찌 주었으니 나 보다 더 많이 네가 주어야 한다는 ...것을 철칙처럼 여김에,
좌절하고, 슬퍼하고, 원망하고 ,퍼붓기는 얼마나 했나를 떠 올리면 그것만으로도 얼굴은 석류 속것을 문질러 바른 듯이 피가 흐름입니다.
주기만 아니 줌도 아니지요,
이 사랑이란 것 자체가 줄 수도 없는,
다만 내가 안고 가는 것임을 알 것 같습니다
내가 따뜻하게 보듬어 곱게 안으면
그 안에서 꽃이 피었다 지었다 함이 원류입니다.
2007.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