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꽃을 위한 서시

oldhabit 2009. 5. 5. 22:26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되리라.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