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한글서예

서예의 기초

oldhabit 2008. 5. 24. 13:09

http://jungje.wo.to/ 중재 신윤구님의 홈페이지에서 옮긴글

 

1. [서예]란 어떠한 예술인가

 


고려 때 [서예(書藝)]란 관직이 있었다. [서예]가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글씨를 쓰려는 우리 조상의 얼이 예로부터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예는 중국 문화권에 있는 유일하고 특수한 문화라고들 말한다. 비록 우리들의 서예와는 다르지만 서구 문화권 등에도 글씨를 남기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중국 문화권에서 [서예]가 최근까지 이어져 왔던 것은 1900년대 초까지 필기 도구가 그렇게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현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은 이미 필기 도구 없이도 글씨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서예]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서예는 언어 전달을 위한 편리함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문자라는 언어 부호에 조형의 언어가 담겨있기 때문에 이 조형의 언어를 통하여 쓰는 이의 느낌을 보여주고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서예는 하나의 추상예술이다. 예술이란 미를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고 흔히 여기는데 서예에서는 '美'라는 말을 똑 떨어지게 정의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회화, 조각, 건축 같은 대부분의 예술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추를 나름대로 느낄 수 있는 데 견주어 서예는 그 미적 개념을 아는 사람이나 또는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마음과 눈에만 보인다. 서예의 지고한 미를 보는 길을 찾으려면 우선 서예의 본질을 알아야 할 것이다.

 

 

 

2. [서]의 뜻

 


서(書)자는 본디 붓이나 송곳 따위의 연장으로 금석(金石), 죽백(竹帛), 종이 같은 것에 무엇인가를 바르거나 쓰거나 또는 새기는 것을 뜻하는 동사였다. 이것이 차차 연용되면서 글씨 쓰는 일, 글씨 그 자체, 책 따위를 모두 '書'라고 하게 되었다. 전서(篆書)의 서를 뜯어보면 손으로 붙이나 송곳들을 잡고 있는 것이고 어떤 물체에 먹이나 채색을 묻히는 일로 해석된다. 이것이 예서와 해서에서는 더욱 명확히 풀이되는데 곧 다섯 손가락으로 말하는 것으로서 말하자면 '글씨는 다섯 손가락을 통하여 붓으로써 심중을 토로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3. 문자와 서예와의 관계

 


서예는 문자를 씀으로써 창출되는 예술이다. 중국 문자는 그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 원시적인 그림문자가 차차 변화를 거듭하며 실용화, 장식화, 예술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서예는'문자(文字)를 미화한 예술'로 인식되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한글이나 중국문자나 모두 우주 자연의 이치에서 출발하였으면, 특히 한자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글자마다 의상(意象)이나 미적인 요소를 생성할 때부터 함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실용성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서성이라 일컫는 왕희지가 예술의 기운을 불어넝게 되면서 지고한 예술성을 지닌 일문(一門)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서예를 중국에서는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 한다. 이 세 단어의 의미를 새겨 보면 먼저 글씨가 변화해 온 여러 가지 법을 폭넓게 익히고 도를 닦는 마음으로 글씨에 임하며 나아가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예는 문자를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다. 흔히 사군자나 일본의 전위(前衛) 서도 따위를 서예의 범주에 넣는데, 그것은 잘못이다.

 

 

 

4. [서예]는 그 사람의 표현

 


'서여기인(書如其人)'은 곧 '글씨는 그 사람' 이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기인(其人)의 의미는 그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품, 교양, 학덕 등을 뭉뚱그린 의미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자기 필체가 있다. 이것은 심성이나 생각이나 생체 리듬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양에서는 사인(Sign)이 그 사람을 대표하는 징표로 쓰였을 정도이다. 사실 한 날 한 시에 한 스승한테서 서예를 배워도 며칠 안 가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필하며, 색다른 모습을 표현한다. 글씨는 마무리 잘 써도 소용이 없다. 그 사람의됨됨이가 되어 있지 못하면 주옥같은 글씨를 써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그 밖의 학자, 성직자같이 존경받은 이의 글씨는 잘 쓰고 못 쓰고를 막론하고 선호하며, 매국노나 간신 모리배의 글씨는 거들떠보지 않고 소장하지도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글씨를 쓸 때는 한갓 흥미나 아름다움의 창조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씨를 통해 마음을 다듬고 정서를 함양하며 나아가 더 나은 인격을 형성하는 일에 더 큰 뜻을 두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서예는 그 사람의 표현이다. 글씨만 보아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이나 심경 따위를 미루어 알 수 있다. 글씨를 함부로 쓰거나 잘못 배워서 글씨가 허물어지면 자기 자신도 허물어져 가는 것이요 정중하고 올바르게 글씨를 연마하면 글씨가 더불어 몸과 마음이 윤택해지고 훌륭한 작품도 남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5.[서예]의 특유성

 


앞에서도 말했듯이 서예의 미는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예술 규율의 공통성을 갖추고 있다. 문자와 글씨 쓰는 법이 서예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의 의미상에서 우러나오는 상상, 집중, 포괄, 변위(辨爲)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어서 서예를 끊임없이 닦다 보면 문득 필설로 전할 수 없는 오묘한 비경을 느끼게 된다. 글씨에 점이나 획, 글자의 짜임, 장법(章法)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도 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한 법의 한계를 떨쳐 버릴 수 있음이 서예의 진정한 맛이다. 운필(運筆)할 때의 심경과 생리가 우주의 기운에 부합될 적에 자연스럽게 흘러간 획, 짜임, 운등이 격조있는 품(品)을 이루는데, 이것은 자신도 다시 흉내낼 수 없으며 서예의 자랑스러운 점이기도 하다. 서예의 특유성을 몇 가지만 들어 보면 문자를 가지고 하는 예술, 문자의 모양과 뜻에서 생겨난 추상 개념을 표현하는 것, 한번 지나간 획은 다시 덧칠하지 않는 일회성, 생체 리듬이나 음악의 리듬과 같은 율동성 그리고 한 작품을 할 때 쉬었다가 다시 하지 못하는 순간성 등을 들 수 있다.

 

 

 

6. 學書前에 알아둘 점

 


書法(서법)은 선생에 의해서 배울 수도 있으나 그 精神(정신)과 興味(흥미)는 자기 스스로가 가져야 한다. 書를 法에 맞게 잘 쓰겠다는 참다운 精神이 없고 또한 흥미를 갖지 않으면 오랫동안 참고 견디지 못할 것이므로 글씨가 아무리 신묘함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참다운 글씨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점 한 획이라도 필법을 쓰지 않는 곳은 없으니 筆端(필단:붓 끝)에 全身精力(전신정력)을 모아 쓰는 것은 비유하면 춤 잘 추는 무당이 장대 끝에 神을 모으고, 창 잘 쓰는 武士의 힘이 창 끝에 이름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一點一劃(일점일획) 이라도 法에 어긋남이 있으면 完全(완전)한 書를 이룰 수 없으므로 그 根源(근원)과 變化(변화)를 硏究하여야 書의 眞理(진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柳公權(유공권)이 말하기를「用筆在心하니 心正則筆正(용필재심하니 심정즉필정)이라」하였으니 書는 곧 心畵(심화)요 心鏡(심경)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사람을 선발하는데 身言書判(신언서판)을 取(취)한 것은 書로써 그의 사람됨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程明道(정명도)가 말하기를 [내가 글자 모양을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로잡기 위하여 글씨를 쓸 때 조심한다] 하였으니 글씨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마음을 安定(안정)하고 바른 정신을 가져야 좋은 글씨가 될 것이며, 이것이 習慣(습관)이 되면 자연히 올바른 사람이 된다하여 孔子(공자)는 六藝(육예:禮樂射御書數[예악사어서수])의 하나로 중요시하였다. 그러므로 書를 배움에 正法(정법)을 따라 배우는 것을 귀중하게 생각해야 하며,그 法을 모르고 글자의 모양만 닮으려고 만 한다면 헛된 먹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正法을 통하여 한 서체를 본 받을 때에는 반드시 精一(정일)을 기하여 붓을 아무리 던져도 똑같지 않음이 없는 후에야 비로소 스스로 一家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7. 書法

 


書藝(서예)의 書法(서법)은 한 시대 한 개인의 특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전설 속의 蒼署(창힐)이 새의 발자국 모양을 보고 漢文字(한문자)를 만든 이후 書藝는 약 五千年 동안 東洋人의 生活과 文字의 변화와 함께 자연적으로 숭고한 정신성과 審美性(심미성)을 가진 동양의 學藝(학예)로서 그 시대, 시운을 말해주면서 발전을 계속하여 현재에까지 이른 것이다. 黃庭堅(황정견)은 [가장 꺼리는 것은 꾸미려(裝綴:장철)함이니 곧 글씨를 이루지 못한다]하였고, 또한 [古帖(고첩)을 臨(임)하지 아니하면 古人(고인)의 一定(일정)한 法을 알지 못할 것이고 ,古帖(고첩)을 널리 臨(임)하지 않는다면 古人(고인)의 一定(일정)한 法이 없음을 알지 못할 것이다]고 하였는데, 이 말의 뜻은 각각의 고첩을 임할 때에는 일정한 법이 있음을 알 때까지 노력해야 하고, 이것을 토대로 공부하면 자연히 일정한 법이 없음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8. 執筆과 姿勢

 


 執筆法

* 單鉤法(단구법): 拇指(모지, 즉 엄지)와 食指(식지, 즉 집게)만으로 잡는方法

* 雙鉤法(쌍구법): 指,食指,中指의 세 손가락으로 잡는다. - 이 두 方法은 손가락의 힘이 붓을 잡은 해당 손가락에 集中되기 때문에 細字를 쓸 때 適用된다.

* 발등법: 五指齊力法(오지제력법)즉 다섯 손가락의 특징을 활용해서 집필하는 방법 - 이는 필관 의 중앙 한쪽 면에 엄지손가락 끝을 대고 반대면에 中指를 식지와 평행한 위치에 대며 중지 위에 식지를 대고 다시 반대면 식지아래 나란히 無名指(무명지,第四指),小指(소지,第五指)의 끝 부분을 댄다.

* 虛掌實指(허장실지):撥 法(발등법)으로 필관을 잡았을 때 손바닥 안에 계란 하나가 다소곳이 들어갈 만한 상태의 집필을 가리키는 것인데 즉 손바닥 안은 虛(허)하고 손가락의 힘은 충실하다는 의미이다.

 


姿勢(자세)

 


* 枕腕法(침완법): 왼쪽 손을 붓을 잡은 오른쪽 손목에 받치고 쓴다. (작은 자를 쓸 때)

* 提腕法(제완법): 오른쪽 팔뚝을 책상에 대고 팔목 부분을 들어 올리고 쓴다.(작은 자와 중간 정도 크기 의 글씨를 쓸 때)

* 懸腕法(현완법): 현완법은 글씨를 쓸 때 팔을 책상에 대지 않고 들어 올리고 쓰는 방법을 말한다. 그 래야만 자유로운 운완으로 전신의 기력은 충분히 발휘되고, 팔, 팔뚝, 팔목, 손가락 이 모두 움직여져서 온 힘이 붓끝(筆鋒)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 腕平掌竪(완평장수) : 집필이 제대로 된 다음에는 팔목을 平正(평정)하게 하고 손바닥은 세워야 하는 것 을 말하는데 [腕平]이란 집필했을 때 팔목 뼈가 지면을 향하고 팔은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것을 말하며 掌竪(장수)란 손바닥을 옆으로 세워 마치 맷돌질할 때의 상태와 같은 것 을 말한다.

 

 

 

9. 집필전반(執筆全般)에 관해 유의해야 할 사항

 


바른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자세가 정확해야 한다. 바른 자세란 몸가짐이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고 정신이 긴장하거나 흥분하는 일 없이 평안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의자에 앉아서 쓸 경우의 바른 자세는 다음과 같다.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한 다음 책상에서 10cm쯤 떨어져 가슴을 펴고 앉는다. 손을 반드시 얼굴 중심 30cm 전방에 머물게 하고 팔은 둥글기가 마치 맷돌질하는 형태로 수제골(手蹄骨) 이 탁자를 향하게 하면 필관은 곧게 서도록 된다. 대지(大指)와 식지(食指)가 형성하는 호구(虎口)의 용안(龍眼)은 탁자와 수평을 이루어야 하며 왼손은 힘을 주어 탁자를 짚어 좌실(左實), 우허(右虛)가 되도록 한다. 그래야만 오른손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현완이 되게 한다. 여기서 현완이라 함은 팔 을 든다는 뜻으로 팔이 책상과 평행이 되도록 든다. 지면과 눈과의 거리는 30cm 정도를 견지하되 의연한 자세로 정좌하는 것이 원칙이나 상반신이 약간 앞으로 숙여지게 된다.

손가락은 일단 붓을 잡은 다음에는 고쳐 잡는 것이 아니며 손가락으로 붓대를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또한 운필은 팔이 행하는 것이므로, 손목은 팔을 통해서 오는 上腹部(상복부)의 움직임에 따라서 동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등은 곧게 유지하여야 하며, 곧 등이 바르면 스스로 허리가 안정된다. 머리는 다소 앞으로 자연스럽게 숙이고, 종이는 자기 몸의 정면에 놓는 것이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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