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다리는 편지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 言/가슴가득星 2012.11.16
... +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 言/가슴가득星 2010.09.03
비 오는 날 달맞이꽃에게 비 오는 날 달맞이꽃에게 -김용택- 이 세상 슬픈 작별들은 모두 저문 강에 흐르는 물소리가 되더라 머리 풀고 흐느끼는 갈대밭이 되더라 해체되는 시간 저 편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시어들은 무상한 실삼나무 숲이 되어 자라 오르고 목메이던 노래도 지금쯤 젖은 채로 떠돌다 바다에 닿았으리 작별 끝.. 言/가슴가득星 2010.07.18
청개구리의 후회 청개구리의 후회 -최영미- 가지 말라는 길을 갔다. 만나지 않으면 좋았을 사람들을 만나고, 해선 안 될 일들을 했다. 그리고 기계가 멈추었다. 가고 싶은 길은 막혔고, 하고 싶은 일은 잊었고, 배터리가 나갔는데, 갈아끼울 기력도 없다. 言/가슴가득星 2010.07.15
꽃 꽃 -백무산- 내 손길이 닿기 전에 꽃대가 흔들리고 잎을 피운다 그것이 원통하다 내 입김도 없이 사방으로 이슬을 부르고 향기를 피워내는구나 그것이 분하다 아무래도 억울한 것은 네 남은 꽃송이 다 피워내도록 들려줄 노래하나 내게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 가슴을 치는 것은 너와 나란히 꽃 피.. 言/가슴가득星 2010.07.14
동편 뜰에 꽃을 풀어 동편 뜰에 꽃을 풀어 -서안나- 불타는 혀를 내밀어 우리는 사랑을 약조했다 사랑의 둘레는 늘 축축하다 첫날에는 안개를 부르고 둘째 날 동편 뜰에 꽃을 풀어 축축한 홍매화 가지를 셋째 날 이승 밖으로 내밀기도 했다 세 번 절하고 세 번 운다 울어도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 살아있어도 귀신이다 입이 .. 言/가슴가득星 2010.04.09
안개와 사귀는 법 안개와 사귀는 법 -박완호- 서두르지 말고 가만 가만 무릎 아래 가끔씩 낯 내비치는 길목을 따라 서서히 스며들어야 한다. 천천히 발소리를 죽여 가며 물기 젖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바람의 손짓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소리 없이 흔들리는 안개의 늑골 사이를 파고들어야 한다. 두 볼에 와 닿는 안개.. 言/가슴가득星 2010.04.09
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 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 -용혜원- 그리움이 산처럼 쌓였는데 그리 싫지 않으시면 산 넘어 길을 내어 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 그 리움이 강처럼 흐르는데 잊고 있지 않으셨다면 배를 띄워 노를저어 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 내마음 다 바쳐서 사랑이 이루어 진다면 그리움의 산을 무너뜨리고 그.. 言/가슴가득星 2010.02.19
마루 위에 쓴 시 마루 위에 쓴 시 -양성우- 그대 큰 산 넘어 오랜만에 오시는 임. 꽃 꺾어 그대 앞에 떨리는 손으로 받들고, 두 눈에 넘치는 눈물 애써 누르며 끝없이 그대를 바라보게 하라. 그대 큰 산 넘어 이슬 털고 오시는 임. 꽃 꺾어 그대 앞에 떨리는 손으로 받들고 그대의 발, 머리 풀어 닦으며, 오히려 기쁨에 잦.. 言/가슴가득星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