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35*세로135)*10
도연명 귀거래사
돌아가자. 전원(田園)이 장차 무성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미 스스로 마음으로 형체의 부림을 삼았으니,
어찌 한탄하며 홀로 슬퍼하겠는가?
이미 지난 것은 바로잡지 못함을 깨달았고,
다가오는 것은 따를 수 있음을 알았도다.
실제로 길을 잃은 것이 그리 멀지는 않구나.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그릇됨을 깨달았도다.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나부끼고,
바람은 살랑살랑 옷깃에 불어오는데,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니, 새벽빛이 희미한 것이 한스럽네.
이윽고 처마를 바라보고 흔쾌히 달려가니,
하인들은 기쁘게 맞이하고, 어린아이는 문간에서 기다리는구나. 세 갈래 오솔길은 황폐해졌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남아있도다.
아이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니,
술이 있어 술동이에 가득 하구나.
술병과 술잔을 들고 스스로 마시면서,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빛이 흐뭇하네.
남쪽 창에 기대어 의기양양해하니,
작은 집이지만 편안한 곳임을 알겠네.
정원을 날마다 걷다보면 즐거운 정취 생겨나고,
문은 비록 있으나 항상 잠겨 있구나.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발길 멋는대로 쉬면서,
때때로 머리를 들고 멀리 바라보니,
구름은 무심하게 산봉우리에서 피어나며,
새는 나는 것이 지겨워 돌아올 줄 아는구나.
햇볕이 늬엿늬엿 장차 지려하는데,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네.
돌아가자.
세상과의 교유를 끊어버리기를 바라노라.
세상이 나와 더불어 서로 어긋나니,
다시 수레를 타고 나간들(벼슬길에 나감) 무엇을 구하겠는가.
친척간에 정다운 이야기로 기뻐하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근심을 녹이는구나.
농부가 나에게 봄이 이르렀음을 알리니,
장차 서쪽 밭에 일이 있겠구나.
간혹 작은 수레를 명(命)하여 타고, 간혹 작은 배를 저어,
이미 깊숙한 골짜기를 찾아가고, 또한 험한 언덕을 지나가니,
나무는 싱그럽게 꽃이 피려하고,
시냇물은 졸졸 흐르기 시작한다.
만물이 때를 얻었음(제 때를 만남)을 부러워하고
내 인생의 가고 그침을 느끼게 된다.
아서라. 형체를 우주 안에 부치는 것이 다시 언제이겠는가.
어찌 본심에 따라 가고 머무름을 자연(섭리)에 맡기지 않겠는가?
어찌하여 허둥대며 바삐 어디로 가려하는가.
부(富)하고 귀(貴)한 것은 내 바라는 바 아니며,
신선세계(帝鄕)는 기약할 수 없는 것.
좋은 때라 생각하면 홀로 거닐고,
간혹 지팡이를 두고 김을 메기도 하는구나.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불고,
맑은 시냇물에 다다라서 시를 짓기도 한다.
애오라지 (자연의) 변화를 타고 죽음으로 돌아갈 것이니
대저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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