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누름돌

oldhabit 2008. 5. 24. 15:07

      누름돌

 

                  -김인호-

 

어쩌다 강가에 나갈 때면 어머니는
모나지 않은 고운 돌을 골라 정성껏 씻어 오셨다

김치의 숨을 죽여 맛을 우려낼 누름돌이다
산밭에서 돌아와 늦은 저녁 보리쌀을 갈아낼 확돌이다

밤낮 없는 어머니 손 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돌멩이들이 어두운 부엌에서 반짝였다

그런 누름돌 한 개 있어 오늘 같은 날
마음 꾹꾹 눌러 놓으면 좋으련만
난 여직 그런 누름돌 하나 갖질 못했구나.


 

' > 오래묵을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년  (0) 2008.05.24
북극성  (0) 2008.05.24
막걸리  (0) 2008.05.24
상사  (0) 2008.05.24
지란지교를 꿈꾸며  (0) 200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