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북극성

oldhabit 2008. 5. 24. 15:08

       북극성

 

                  -정호승-

 

신발끈도 매지 않고

나는 평생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도대체 누구를 만나고 돌아와 황급히 신발을 벗는 것일까

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

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울어버린 줄도 모르고

나 이제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와

늙은 신발을 벗고 마루에 걸터앉는다

아들아,섬 기슭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던 파도가 스러졌다고 해서

바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들아,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집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비가 그친 것은 아니다

불 꺼진 안방에서

간간이 미소 띠며 들려오는 어머니 말씀

밥 짓는 저녁연기처럼 홀로 밤하늘 속으로 멀어가시는데

나는 그동안 신발끈도 매지 않고 황급히 어디를 다녀 온 것일까

도대체 누구를 만나고 돌아와

저 멀리

북극성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시집'포옹'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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