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집중의 힘

oldhabit 2009. 9. 4. 10:27

               집중의 힘

 

                                  -정용화-

 

 

알고 보면, 꽃은 계절이 불러 모은 허공이다.

 

지상을 향한 땅의 집중이다.

 

흩어지는 것이 거부의 형식이라면 피워내는 것은 모서리를 견뎌낸 침묵의 힘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나무는땅 속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에 집중한다.

 

상처가 있던 자리마다 꽃이 피어난다.

 

꽃은 어둠 속에서 별이 떨어뜨린 혁명이다.

 

꽃으로 피어 있는시간,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날개에 집중한다.

 

나무는 얼마나 많은 새들의 울음을 간직하고 있을까,

온 몸이 귀가되어 집중할 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어긋난 대답처럼 꽃 진자리마다 잎새 뒤에 숨어서 가을은 열매에 집중한다.

 

알고 보면, 열매는 화려한 기억들을 끌어 모아 가을을 짧게 요약한다.

 

세상에서 집중없이 피어난 꽃은 없다고,

 너는 우주의 집중으로 피워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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