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상처

oldhabit 2009. 8. 27. 10:04

                          상처 

 

                                -민병도-

 

 

슬픔에도 썩지 않는 풀씨 하나가 사랑이네


온몸으로 일어나서 태양의 말을 섬기다


저 홀로 떠나가 버린 빈자리가 내 사랑이네

 

촛불로는 갈 수 없는 길 하나가 사랑이네


겨우내 흔들리던 바람을 꽃으로 앉혀


삼월과 눈을 맞추던 벚꽃길이 내 사랑이

 

지울수록 되살아나는 추억의 향기처럼


비 젖은 뜰에 나앉은 타다 남은 불씨처럼


땀땀이 시간을 잇던 끊어진 저 바늘 자욱

 

무너져서 길이 되는 강 하나가 내 사랑이네


적막(寂寞)에 갇힌 달을 실어내던 나룻배가


허공에 꽂아두고 간 칼 하나가 내 사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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