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篆刻전각

전각

oldhabit 2010. 3. 25. 22:04

  인(印)의 예술(藝術) 전각(篆刻 )

 

                                                                                              韓國篆刻學硏究會 會長 鄭 文 卿

 

 전각(篆刻)이라는 것은 인(印)의 예술(藝術)을 말하는 것으로 서(書), 화(畵), 각(刻)에 시정(詩情)을 깃들여 인(印)이라고 하는 작은 바탕에 창출(創出)해 내는 총합(總合)된 예술(藝術)로서 고대(古代)로부터 동양적 1급 예술이요, 동양예술의 극치(極致)라고 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이 전각(篆刻)은 문자(文字) 그대로 전서(篆書)를 새기는 일이다. 이 예술은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으로 조금은 낯선 용어이지만 인(印)이라든가 도장(圖章)이라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다만 실생활에서 쓰이는 실용적인 인장(印章)과,독립된 전각(篆刻) 작품(作品)과는 그 내용을 달리할 뿐이다. 전각(篆刻)은 일반적(一般的)으로 우리가 일상 쓰고 있는 도장(圖章)과 별 차이가 없지만 낙관인(落款印이)라 불러 구분(區分)하고 있는 게 흔히 보이는 상황(狀況)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각(篆刻)은 전서(篆書)를 새기는 작업」이라 했지만, 좀더 구체적(具體的)으로 말하자면,전각(篆刻)이란 한자(漢字)의 각 서체(書體)중 에서도 특히 조형성(造形性) 짙은 전자(篆字)를 구사해서, 인(印)이라는 한정된 세계에 정기(精氣)를 새겨내는 동양예술의 독자적 ‘장르'인 순수예술을 말한다.」라고 정의(定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각(篆刻)은 전서(篆書)를 새기는 작업이므로 고전문자 전반에 대한 지식(知識)이 깊어지게 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고 전문자와 현대문자와의 관계도 터득하게 되며, 문자일반의 견식이 높아진다. 따라서 서를 쓰는 이가 전각적(篆刻的) 교양(敎養)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짐도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니까 전각(篆刻)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書)ㆍ화(畵)의 작업을 은밀히 받쳐주고 있다 해도 좋을 것이다.

 

 서(書)는 말할 나위 없이 형(形)의 예술이지만 말없는 형(形)의 두려움을 전각(篆刻)만큼이나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없다.(한 줄의 선(線)이 몇 분의 1mm더 움직인 탓으로 거기까지 쌓아 올렸던 것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그러한 세계가 또 다른 곳에 있을까?) 전각(篆刻)의 최성기(最盛期)는 근대에서는 중국의 건륭(乾隆)연대중기 이후부터였는데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명말(明末)부터 청조(淸朝)의 초기에 걸쳐, 중국의 학술형태가 예부터 내려옴이 달라서 실증성(實證性)을 존중케 되어 고증학(考證學)이 발흥(發興)하기 시작한 것에 커다란 관계가 있다. 고증학(考證學)은 전통(傳統)경전(經典)의 틀림을  비평(批評)하여 고치기 위한 옛 문서ㆍ옛 석각(石刻), 또한 옛 금문(金文)등을 소중한 자료로서 연구하기 위해, 학계의 관심은 오로지 고전문자에 이끌리는 결과를 초래하여, 드디어는 일반 지식인들 사이에도 이러한 고전문자에 관한 견식 (見識)이 중요한 교양(敎養)의 하나로 되어진 것이며, 취미(趣味)로라도 몸에 익히려 애썼다.

 

 서(書)도 그것에 영향(影響)을 받아서 전예(篆隸)작품이 군생(群生)하게 되지만, 고전문자를 소재로 하는 전각(篆刻)이 이와 보조(步調)를 함께 하게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특히 전각(篆刻)이 갖는 일종의 독특한 은일적(隱逸的)인 취미성은 문묵(文墨)에 탐닉(耽溺)하는 지식인들을 매료(魅了)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서(書)를 누구나 쓸 수 있듯, 전각(篆刻)도 누구나 용이하게 새겨낼 수 있는 것이지 결코 어려운 공정은 아니다.

 

 전각(篆刻)은 「붓과 종이」에 대한 「칼과 돌」이라는 차이 일뿐 서(書)를 잘 쓰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연습하면 진보는 매우 빠를 것이며,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이와 같이 전각(篆刻)은 동양의 독자적인 응축(凝縮)문자예술(文字藝術)로서 유구(悠久)한 역사(歷史)를 지녀왔으니, 그 기원(起源)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일직이 고대 신시개천(神市開天)시대인 환웅(桓雄)의 천부인(天符印), 삼방설(三方說)에서 비롯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일만 육천년 전이요. 중국(中國)은 은. 주기(殷. 周期)로 따지 자면 삼천년 전으로 거슬러 오르는 시대였으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장(印章)을 사용했던 국가임은 물론 당당한 문화민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 전각예술(篆刻藝術)은 우리의 것이 고대 중국으로 유출(流出)되어 그곳에서 제도화하였고, 원말ㆍ 명초기(元末. 明初期)에 이르러서야 금석학(金石學)의 한 분야 였던 전각(篆刻)이 비로소 예술로서 승화(昇華)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각(篆刻)은 누구나 새길 수 있다.

 

 그러나 참된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란 참으로 어렵고 끝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조각(彫刻)에 임할 때는 잡념을 물리 치고 무언의 세계에서 감흥(感興)을 높이고 이런 경지에서 새겨지는 전각(篆刻)은 예술의 극치품(極致品)을 낳게하니 이는 곧 조각(彫刻)의 생명이기도 한 것이다.

 자그만 공간(空間) 즉, 방촌(方寸)속에 집약(集約)한 밀도(密度) 짙은 세계, 이 공간으로 끌어들인 철필(鐵筆 : 篆刻刀)의 움직임이 커다란 힘을 불러서, 소(疎)는 밀(密)을 겸하여, 감흥(感興)이 창의(創意)나 정의(情意)를 통하여 뜻을 돌에 새기는 바로 이 작업이 전각(篆刻)이라 생각된다. 인(印)이 서(書) 나 화(畵)의 아름다움 속에 존재하여 한층 더 효과를 돋보이게 하는 까닭은 인(印)이 예술(藝術)의 한 분야(分野)로서 서(書) 나 화(畵)에 훌륭히 조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단독으로도 감상되지만 주로 다른 예술작품의 공간에 존재해서 한층 공간을 살리는 특징을 가지고 쓰이고 있는 것이다. 틈새기에 끼어 있는 것 같지만, 때로는 주객(主客)이 바뀐 느낌을 줄 때도 있어, 결코 공허(空虛)한 여기(餘技)라던가. 소기(小技)라고 함부로 얕볼 수 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전각(篆刻)이란 소기(小技)로서 머물고 있는 게 아니며, 보기엔 단순한 것 같지만 이 전각(篆刻)의 세계란 보이지 않는 깊은 저변(底邊)이 너무도 넓고 거대하다.

 

 작가(作家)의 미의식(美意識)이나 감흥(感興), 정의(情意)가 깊어지면 깊을수록 빛나는 것, 그것이 전각(篆刻)인 것이다. 옛적에는 도장(圖章)을 새(ㅇ 지금의 璽)라고 불렀다. 그리고 인장(印章)은 자기를 표시하며, 또한 자기의 권리(權利), 의무(義務),소유(所有)를 표시하는 수단(手段)의 하나로서 사회에 있어서는 왕권(王權)의 상징(象徵)이며, 자기의 분신(分身)이기도 했던 것으로, 이로부터 많은 문명민족 간에 이미 고대세계에 있어 인장(印章)은 여러모로 널리 쓰여 존귀(尊貴)한 것, 상찬(賞讚)할만 한 것으로 되어 권위(權威)의 상징(象徵)으로 되어 있었다. 또한 문자(文字)에 정령(精靈)이 깃들어, 권력(權力)이 부여된 그 도장(圖章)을 몸에 지녀 찍는 것은, 그 권력의 시행(施行)이며,자기존재를 불멸(不滅化)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도장(圖章)이 지니는 원초적(原初的)인 의미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자취가 흐려지게끔 되었으니, 중국의 송.원(宋. 元)대에 이르러 때마침 문묵(文墨)취미에 새기기에 적합한 석인재(石印材)의 발견으로, 지금까지 전공(專工)에만 맡겨졌던 제작의 번거로움이 없어져서 문아(文雅)의 선비들이 특수한 감각(感覺)을 가지고 뜻대로 글귀를 새겨서 서화(書畵)에 찍게 된 것이다.

 서화(書畵)의 제작(製作)과 똑같은 처지에서 인장(印章)의 제작이 행하여진 것인데, 전각(篆刻)의 싹은

여기서 트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는 고대(古代)에 있어서의 인장(印章)의 패용(佩用)의 의의(意義)는 멀리 물러서고, 인(印)을 새기는 일이 주체(主體)가 되어 찍힌 인영(印影)이 작품으로서 귀하게 여겨지게 된 것이다. 즉, 인면(印面)에 담긴 내용의 여하를 묻게끔 된 것이다.

 찍는데 목적을 가지고, 문자의 내용은 별로 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인장에 대하여, 그 곳에 다시금 서적(書的)인 개변(改變)을 가해서, 예술(藝術)로 높여 그 활로(活路)를 찾아낸 것이 곧 전각(篆刻)인 것이다.

 

                                                                                               한국전각학연구회 강원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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