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에서 권정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
권정생 선생 3주기 추모문집 <애국자가 없는 세상> 2010.6.4.-고동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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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선생님 3주기 추모문집 |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행복한 경험은 책방에서 자기 손으로 책을 고르는 일인데, 왜 그런 행복한 경험을 없애려는 거냐”
MBC 문화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인 ‘느낌표’의 선정도서로 뽑힌 도서는 모두 인기도서가 됐다. 위의 말은 그 프로그램 팀에서 권 선생에게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정도서로 채택하겠다고 했을 때 권 선생이 거절하면서 댔던 이유다.
권정생 선생의 이런 바람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에서 ‘농업 중심의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신조로 활동하는 ‘땅과자유’ 회원들은 ‘물레책방’이란 헌책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작은 공연이나 시낭송회도 연다. 그리고 권 선생의 3주기를 맞아 추모문집까지 엮어냈다.
헤어진 여인에게 빌려줬다가 찾지 못한 <한티재 하늘>을 함께 살게 된 배필이 들고왔다는 인연을 지닌 농부 송호민 씨는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석유파동, 곡물 파동 이런 어두운 먹구름들이 그리 두려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라며 권 선생에게 고마워한다. 송 씨는 경운기가 다닐 수 없는 비탈진 밭을 하등 밭으로 여기는 오늘날에도 밭뙈기 하나하나 알뜰하게 가꿔먹는 사람이 나오길 기대한다.
물레책방 변홍철 인문학연구실장은 문집에 “우리 민중의 평화는 미국에 빌붙고 이지스 구축함 같은 무기 만드는 데 돈을 쏟아붓는다고 오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 이는 “가난한 삶을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승용차를 버리고 30평 아파트를 반으로 줄이는 길뿐이다. 그래야만 석유전쟁에 파병을 안 해도 떳떳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또 그러한 삶을 살았던 권 선생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것이다.
경산이주노동자센터 김헌주 대표는 “가난 때문에 코리안 드림 앞에 사기당하고 무권리자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더 이상 이 가난을 가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그러나 “고통으로 찡그리며 아픈 삶을 부여안으면서도, 결코 가난을 탓하지 않았던, 가난을 불행의 원인으로 탓하지 않았던 권 선생님의 삶 앞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참 행복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가난을 직접 살고, 그 안에서 연민을 발견한 자만이 진정 ‘가난의 행복’을 얘기할 수 있다.
밥은하늘교회의 박종하 일꾼은 권정생 선생에게서 소박한 교회를 배웠다. “뒤늦게 한신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것도, 그리고 목사 자격증 따는 일을 포기한 것도” 이후에 선생의 책을 통한 가르침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타 종교에 열려 있는 교회,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이웃들이 함께하는 교회를 꿈꾸신 권 선생의 소박한 마음을 이어받아 ‘밥은하늘교회’라는 대안교회를 실험한다”고 전한다.
▲ 2008년 땅과자유학교에서 함께한 권정생 선생의 생가 방문, 툇돌 앞에 선생을 추모하는 책을 두고 왔다. |
추모문집 <애국자가 없는 세상>에는 권정생 선생의 삶을 통해, 책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자신의 삶을 가꾼 이야기가 소박하게 꾸밈없이 들어차 있다. 권 선생을 생각하며 성서공단 노조 선전부장인 신경현 시인의 시 ‘바람 같은, 햇볕 같은’처럼 추모문집을 엮은이들은 권 선생을 “바람 같은, 혹은 햇볕 같은, 내려놓고 싶지 않은 엄마 얼굴”로 그리워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화 작가인 권정생 선생은 1937년에 태어나 2007년 5월 17일, 71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그는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우리 아동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을 비롯하여 200편에 가까운 단편•장편 동화와 동시, 산문, 소설을 남겼다.
그는 주로 힘없고 약한 존재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자기희생, 그리고 한국 현대사가 남긴 상처와 구원을 그렸다. 그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가난한 정신으로, ‘자발적 가난’과 ‘평화’, 그리고 ‘마을 공동체’의 회복을 역설하는 사상가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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