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사모하는惠

oldhabit 2008. 5. 24. 11:14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다.
베드로가 당황하여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요한 13,6.8) 하고 말린다.

발.
지금까지 내 인생을 끌고 온 발.
나의 사고와 지혜와 나의 온 존재를 내 머리 하나에 걸고
이것저것 재며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신체의 다른 어느 부위보다 특별히 더 더러울 것이 없는데도,
아니 어쩌면 더 깨끗할 지도 모르는데도,
내 몸의 맨 아래 붙어있다는 이유로
더럽고 냄새나는 것으로 차별받으며 무시당하기도 하는 발,
그럼에도 묵묵히 내 온 몸을 지탱해온 발,
그 발을 예수께서 지금 어루만지며 씻어주시는 것이다.

발이 없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은 하되 봉사하지 못하고,
의지는 있되 서지 못하고,
꿈은 있되 앞을 향하여 나가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예수께서 지금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다면,
그들의 존재를 지금까지 지탱해온 발,
앞으로 그들을 지탱하고 이끌어갈 발,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할 발을 씻어 주시는 것이다.

막달레나가 자기의 온 존재를 구부리어
예수의 발에 입을 맞추고
눈물로 그 발을 씻어 드리며
곱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으로 닦아드린다.
눈을 들어 감히
그분의 얼굴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엎드려 그분의 발을 어루만지며 끌어안는다.
그것은 주님께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막달레나는 그분의 발에 입을 맞추고 어루만지면서
그분의 사랑을 느끼고
다시 새 생명으로 살아남을 느낀다.
그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좌절되고 파괴된 자기의 마음을
지탱해 줄 발을,
주님을,
사랑을 예수에게서 찾은 것이다.

막달레나는 그분을 사로잡고,
주님은 그녀가 하는 대로 그냥 놔둠으로써
그녀의 사랑의 고백을 받아들인다.

구경꾼들의 눈에 이 광경이 좋게 보일 리 없다.
무엇이 지금 오고가는지 느껴질 리가 없다.
“저 사람이 정말 예언자라면
자기 발에 손을 대는 저 여자가 어떤 여자며
얼마나 행실이 나쁜 여자인지 알았을 텐데!”(루카 7,39)

그 분위기를 의식하면서
발을 닦아주는 여인의 사랑을 느끼면서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다.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부어 발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부어 발라 주었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루카 7,44-47)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주십시오.”(요한 13,9)
당신의 발을 어루만지게 하여 주십시오.
세상의 발을 어루만지며 씻게 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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