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oldhabit 2008. 5. 24. 15:11

-전략-

 

하늘에 별이 별나게 많은 첫가을 밤이었다.

아이는 전에 땅 위의 이슬같이만 느껴지던 별이 오늘밤엔 그 어느 하나가 꼭 어머니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수많은 별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 는 곧 안에서 누구를 꾸짖는 듯한 아버지의 음성에 정신을 깨치고 말았다.

아이는 다시 하늘로 눈을 부었으나

다시는 어느 별 하나가 어머니라는 환상을 붙들 수는 없었다.

아쉬웠다.

 

        -중략-

 

어느 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의 오른쪽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쪽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을 감아 눈 속의 별을 내몰았다.

  

 

             - 황순원-  '별'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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