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걸친 엄마

oldhabit 2008. 6. 6. 11:57

 
걸친, 엄마
 
 
                -이경림-
 
 

한 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

 

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

 

고, 나는

 

엄마가 된다

 

걸을 때마다 펄렁펄렁

 

엄마 냄새가 풍긴다

 

"엄마…"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

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시집 "상자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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