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방에서-초록길작-
(불꽃방에서-희문과-)
능소화의 꽃말
옛날에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에 빈이 되어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를 한번도 찾지를 않았답니다.
빈의 심성이 모질지 못한 때문일까요..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들의 시샘과 음모로
궁궐의 가장 외진곳에 기거하게된 빈은..
음모도 모르는 채 임금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돌아간것은 아닐까 싶어 담장을 서성이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 너머를보며
안타까운 기다림의 세월만 흘러 갔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여인은
상사병과 영양 실조로 세상을 등졌답니다.
권세를 누린 빈이라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지 못한 채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행했답니다.
그 이후 여름이되면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입니다.
예전에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담장너머로 고개를 내민 능소화는
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