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심규한-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울던 거미는
저물녘 서쪽 하늘에 올랐습니다
가장 어둔 별자리 네 귀퉁이에 실을 걸고
한 땀 한 땀 그물을 기웠습니다 이따금
바람에 출렁이며 흐느낄 땐
이슬이 내렸습니다
만월이 그믐이 되고 다시 만월이 올 때까지
배가 부른 거미는 달방에 앉아
소리 없이 소리 없이 뜨개질을 했습니다
그러면 꼭 한번 하늘엔 큰 강물이 흘러
그물 가득 아기별들이 술렁였습니다
새벽녘 거미는 몰래 은실을 타고
버들 가지에 숨어 또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