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가슴가득星

거미

oldhabit 2008. 9. 8. 17:57

            거미 

                 

                       -심규한-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울던 거미는

 


저물녘 서쪽 하늘에 올랐습니다

 


가장 어둔 별자리 네 귀퉁이에 실을 걸고

 


한 땀 한 땀 그물을 기웠습니다 이따금

 


바람에 출렁이며 흐느낄 땐

 


이슬이 내렸습니다

 


만월이 그믐이 되고 다시 만월이 올 때까지

 


배가 부른 거미는 달방에 앉아

 


소리 없이 소리 없이 뜨개질을 했습니다

 


그러면 꼭 한번 하늘엔 큰 강물이 흘러

 


그물 가득 아기별들이 술렁였습니다

 


새벽녘 거미는 몰래 은실을 타고

 


버들 가지에 숨어 또 울었습니다

 

 

 

' > 가슴가득星'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좋은 당신  (0) 2009.03.03
나는 하나의 별  (0) 2008.09.12
염원  (0) 2008.08.24
허망에 관하여  (0) 2008.06.21
  (0) 200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