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구절들의 노트
-김남조-
글 쓰다 버리는 구절 중에서
빠른 글씨로 옮겨둔 노트가 있다
혹 다른 의복의 단추로 쓰일 일 있겠는지
그쯤의 궁리로 미련을 두었다가
오래 잊고 지냈다
어느 시에서 잘라낸 혈관인지가
왜 오늘에도 기억나는지 몰라
바싹 마른 풀씨로
하늘 공중 멀리멀리 날아들 가지 않고
한 점 붉은 심장의
곤충으로
왜 이적지 살아 있는지 몰라
무모 적나라한 어휘들엔
생피딱지 이리도 분명하거늘
...그래서 버렸었구나
내 문학은 심약하고 겁이 많았었구나
겁 많아 내 생에서 밀어낸 사람 있었고
어떤 이의 문장에서
내가 서럽게 잘려 나온 일도 있었지
그래 그랬었지, 그랬었지
'言 > 오래묵을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 (0) | 2009.03.02 |
---|---|
누더기별 (0) | 2008.12.10 |
비 (0) | 2008.10.17 |
발자국외 9개의 시 (0) | 2008.09.08 |
시원한 나무, 비유, 문 (0) | 2008.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