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가슴가득星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oldhabit 2009. 8. 14. 11:24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다 .

 

백련사 동백은

꽃도 새도 없이 잎만 무성하였다 .

우두커니 석등은 불빛을 버리고 얻은 동전을 세며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모으게 했을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살피고 있었다.

나도 내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동전 한 닢으로 던져 주었다,

석등은,

내 안의 석등도 오래 어두울 것이라 일러주었다.

 

 

가질 수 없는 누군가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꽃등 없는 동백나무 한 그루,

끝끝내 따라와서 내 가슴에 박혀 아팠다.

백련사 석등에게 미안했다.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걸린 이별을 바치며 미안하고 미안했다.

' > 가슴가득星'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부를 노래  (0) 2009.09.17
가난한 사랑의 노래  (0) 2009.09.16
그저 그립다 말 한마디  (0) 2009.08.08
나의 쓸슬함엔 기원이 없다  (0) 2009.07.19
사랑은   (0) 2009.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