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다 .
백련사 동백은
꽃도 새도 없이 잎만 무성하였다 .
우두커니 석등은 불빛을 버리고 얻은 동전을 세며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모으게 했을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살피고 있었다.
나도 내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동전 한 닢으로 던져 주었다,
석등은,
내 안의 석등도 오래 어두울 것이라 일러주었다.
가질 수 없는 누군가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꽃등 없는 동백나무 한 그루,
끝끝내 따라와서 내 가슴에 박혀 아팠다.
백련사 석등에게 미안했다.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걸린 이별을 바치며 미안하고 미안했다.
'言 > 가슴가득星'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부를 노래 (0) | 2009.09.17 |
---|---|
가난한 사랑의 노래 (0) | 2009.09.16 |
그저 그립다 말 한마디 (0) | 2009.08.08 |
나의 쓸슬함엔 기원이 없다 (0) | 2009.07.19 |
사랑은 (0) | 200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