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은 슬프다
-권경인-
오래 병들어 푹푹 썩어버린
지상의 작은 방 한칸을 버리고
눈비 오는 동안 조용히 길을 물어 한천에 닿다
너무 또렷하여 빛 한 점 내비치지 않는
마음의 원시림
누추하고도 귀한 것들이 제 속의 숨은 보석을 끌고
산을 올라간다
다스릴 것이 하도 많아서 길은 끝이 없는데
제 그림자 하나로 넉넉히 차운 밤 밝히고도
어둠은 스스로 어찌하려는 것인지
제 안에 수많은 새들을 기른다
단 한 번의 비상을 꿈꾸어 전 생애를 탕진하고도
가장 힘든 길은 언제나 내 안에 있으니
한꺼번에 마음의 가지를 터는 일이란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
말이란 할 수록 많아지는 법
할말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아무 말도 못할 때
그는 말한다
오를수록 먼 길이 있으니
지금 깨어 있는 자 영원히 깨어 있으리라
이 골짜기 저 능선
바람의 길에도 도가 있으니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고통 속에서도 길이 있으리라
공중에서 끊임없이 몸을 바꾸는 잠언 몇 줄기
깨어진 영혼의 아픈 틈을 메우듯
군더더기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