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나는

oldhabit 2009. 11. 4. 12:30

           나는 乙이다

 

 

                         -김장호-

 

 


나는 乙이다, 항상 부탁하며 살아가는
원래 낯가림이 심해
낯선 사람과 잘 사귀지 못했지만 그나마
조금씩 염치없어져 乙로 살아가지
당신은 넘볼 수 없는 성채의 성주
당신 앞에 서면 한없이 낮아진다네
나를 사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당신 눈도장 찍느라 하루해가 모자라네
당신은 甲 노릇만 하고, 난 乙 역할만 하는지……
아비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네, 세상엔
乙의 인생도 필요하다고 마음 고쳐먹었네
눈여겨보는 이 없는 풀처럼
뜨거운 적의를 내려놓았고
이제는 새우등이 몸에 배었지만
나를 선택해줄 땐 고마워 눈물이 난다네
어둠의 갈피에 눈물자국 숨기고 돌아가지만, 가끔
아내의 손때 묻은 잔소리도 묵묵히 들어주네
그래도 한밤중에 목말라 자리끼를 찾다가
내 영혼의 옆구리를 한 번 만져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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