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가슴가득星

동편 뜰에 꽃을 풀어

oldhabit 2010. 4. 9. 11:23

             동편 뜰에 꽃을 풀어

 

 

                                  -서안나-

 

 

  불타는 혀를 내밀어 우리는 사랑을 약조했다

  사랑의 둘레는 늘 축축하다

 
  첫날에는 안개를 부르고

  둘째 날 동편 뜰에 꽃을 풀어

  축축한 홍매화 가지를

  셋째 날 이승 밖으로 내밀기도 했다

  세 번 절하고 세 번 운다

  울어도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 살아있어도 귀신이다

  입이 썩고 손이 썩어

  당신은 안아줄 몸이 없는 정인(情人)

 
  칠일을 꼬박 앓은 눈으로 읽는

  매화는 분홍빛 곡조로 핀다

  아픈 계절은 어떻게 분홍으로 깃드는지

  사람이 사람에게 첫 마음으로 스며드는지

  곰팡이 핀 눈동자

  젖은 발목으로 가지 끝까지 걸어온

 
  봄꽃이 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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