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꽃냉이

oldhabit 2010. 4. 17. 17:54

        꽃냉이

 

                       -최문자-

 

 

 

 

모래 속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모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심장을 말려왔는지.
내 안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말려왔는지.
전에는 겹 백일홍이었을지도 모를
겹 동백이었을지도 모를
꽃잎과 꽃잎 사이
모래와 모래 사이
나와 그 사이
그 촘촘했던 사이.
보아라. 지금은 손이 쑥쑥 들어간다.
헐거워진 자국이다
떠나간 맘들의 자국
피마른 혈관의 자국.

신두리 모래벌판 가본 사람은 알지
피마른 자국마다 꽃 피는 거
헐거워진 모래자국으로도 노랗게 꽃 피우는 거
지금, 신두리 모래벌판 꽃냉이 한철이다
슬픔도 꽃처럼 한 철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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