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실이 달린 공
피터라는 아이가 혼자 숲속에서 놀다가 늙은 노파를 만났다.
노파는 황금실이 달린 공을 들고 있었다.
노파가 피터에게 공을 선물로 주면서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이건 네 인생의 실이란다.
이 실을 조금만 잡아당겨도 몇 시간이 지나간단다.
그리고 좀더 세게 잡아당기면 며칠이 지나가고,
온 힘을 다해 당기면 몇 십 년이 지나갈 수 있지.”
며칠 뒤 피터는 교실 안에서 불현듯 자신의 새로운 장난감을 떠올렸다.
그가 황금실을 조금 잡아당기자
그는 어느새 집에 돌아와 정원에서 놀고 있었다.
피터는 실의 위력을 실감했다.
피터는 흥미로운 삶의 단계인 십대 청소년이 되고 싶었다.
그는 다시 공을 꺼내 아까보다 조금 더 세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엘리즈라는 예쁜 여자친구를 가진 고등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피터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고 싶었다.
피터는 다시 실을 아주 세게 잡아당겼다.
수많은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그는 중년의 사내로 변했다.
엘리즈는 그의 아내가 되어 있었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식은
벌써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변화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어느덧 그의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그가 사랑했던 어머니는 늙고 쇠약해져 있었다.
그는 화초를 가꾼 적도 없었고, 좋은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삶을 대충대충 서둘러 지나치면서 그 속의 온갖 좋은 것을
음미하는 시간을 단 한 번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황금실 공을 주었던 노파가 다시 나타났다.
“어떠냐? 내 특별한 선물을 갖고 재미있게 놀았니?”
피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처음엔 재미있었지만 이제는 그걸 증오하게 됐어요.
그것은 내게 즐길 기회도 주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인생을 지나가게 했어요.
그 속에는 슬픈 시절뿐만 아니라 기쁜 시절도 들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했죠.
그래서 지금은 온통 공허할 뿐입니다.
나는 삶이 주는 선물을 놓쳐 버렸던 거예요.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 좋은 생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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