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화롯불과 겨울
산다는 건 말이다 애비야
십원이든 백원이든
벌어오는 그것을 나누어서
하나는 새끼들에게 먹이고 입히고
나머지는 새끼들을 위해서 남기면서
그러면서 사는 거란다
제 짝은 눈으로 기다려지고
제 짝의 말은 귀로 들리지만
새끼는 가슴으로 보이고
가슴으로 기다려진단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야
제 손이 보이고
제 발이 보이는 법이지
새끼들 입에 밥 넘어가는 소리만큼
듣기 좋은 소리가 있을까
밖에 눈 내리지? 고운 솜이불도 같고 떡가루 같이도 보이지
그런데 그게 원망스러울 때가 있어 네가 출타해서 돌아오지 않을 때
그때는 저 눈이 그렇게도 싫더라
자식이 없으면
기다릴 일이 없어
사람이란 건 말이다 애비야
누구든 불씨를 담고 살기 마련이지
일 아니면 사랑
아니면 공부
그게 무엇이든 불을 지필 때가 있지
그때를 위해서 불씨를 담고
길러야 하는데
헤집지 말아라
화롯불은 다둑이면서 있다가
찌개를 끓일 때
그때 펼쳐 보이는 거
그렇지
쉽게 분노하지 말고
쉽게 보이지 말고
쉽게 약속하지 말아라
쉽게 가슴을 헤집어 놓으면
불씨가 죽는단다
산다는 건 말이다 애비야
살아있을 때 보다 많은 걱정을 하는 것
앞으로 오래도록 살아갈 자식을 위해서
보다 많은 기도를 하는 거란다
산다는 건 말이다 애비야
자식이 있어서 좋은 거란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