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울음

oldhabit 2010. 8. 19. 17:40

  울음

 

            -오세영-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즐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 탯줄을 목에 감고 우는 아기,

 

빈 나무 끝에 홀로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모두 울고,

또 울린다.

 

삶의 순간은 항상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임으로....

 

바람이 우는 것이냐, 전깃줄이 우는 것이냐,

 

오늘도 나는 빈 들녘에 홀로 서서

겨울바람에 울고 있는 전신주를 보았다.

그들은 절실한 것이다.

 

물건도 자신의 운명이 줄에 걸릴 때는 울 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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