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사모하는惠

십자가상 (crucifix)

oldhabit 2010. 12. 28. 21:04

제단에 설치되는 성미술 -십자가상 (crucifix)
[한국교회와 성미술-4]
2010년 12월 28일 (화) 10:27:38 홍수원 .

   
▲ 제대벽 십자가, 서울 잠원동성당
가톨릭교회 성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성상은 십자가상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십자고상의 예수 그리스도는 “신이 인간이 되어 묘사할 수 있게 되었고, 성체 안에서 다시 교회가 된다는 육화(incarnation)신학을 구체화” 하는 것으로서 그리스도교역사에서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던 ‘성화상의 형상불가론’에 대하여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는 본래 고대 동방에서 죄인을 처형하는 도구였는데, 이 형벌이 로마제국에 유입되어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당하신 이후, 십자가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을 의미하게 됨에 따라 그리스도인에게 그리스도를 믿고 따름으로써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을 상징하게 되었다. 따라서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고,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그리스도교의 상징이자, 그리스도교 신앙을 통한 구원의 상징이 되었다.”(<한국가톨릭대사전> 제8집, 한국교회사연구소, 1999, p5577, 재구성함)

초기 그리스도교 시기에는 박해를 피하기 위하여 십자가 형태 대신 여러 가지 상징을 사용하였는데, 십자가 상징으로 돛, 나무, 쟁기, 사닥다리 같은 것을 그리스도교인의 무덤에 표시하여 구원의 희망과 승리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이후에는 성미술이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하여 다양한 형태의 십자가가 만들어졌는데 보석과 금, 은, 진주 등 화려한 장식으로 된 십자가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콘스탄티누스의 승리와 진짜 십자가의 발견(AD 326년) 후 십자가는 영광의 표징으로 보여지게 되었고 6세기부터 13세기까지 그리스도는 승리의 구세주, ‘부활의 십자가’가 나타났다.” (김정신, <유럽현대교회건축>, 가톨릭출판사, 2004, p153)

11세기 이후에는 사실적인 형상의 십자가가 대중화되기 시작하였고, 13세기 이후에는 중세인들의 열렬한 신심 표현으로 극도의 사실적 표현을 하였다. 즉 숨을 거두어 머리를 떨어뜨린 채 피 흘리고 가시관 쓴 고통의 그리스도로 표현된 중세 조각의 사실주의적 경향을 볼 수 있다. 제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는 죽음을 이겨낸 희망의 상징으로 부활 십자가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십자가상, 발커 클라우스
   
▲십자가상, 렘버트 루키, 1957
가톨릭교회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오상(五傷)이 표현된 십자고상(十字苦像)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반면, 개신교는 예수님 형상이 없는 단순한 십자가를 사용하고 있다. 개신교는 종교개혁 이후 십자가의 사용을 반대하다가 차차 그리스도의 희생과 구원의 사건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상징적인 의미로 형상이 없는 단순한 십자가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전례에 사용되는 십자가는 주로 제단 중앙 벽에 설치되는 십자가와, 제대 위에 사제와 신자들 사이에 놓이는 작은 십자가, 그리고 특별한 전례 거행에 사용되는 행렬 십자가 등이 있다.

십자가 위치는 미사전례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상징하는 희생 제사라는 의미에서 제대와 가까운 곳에 놓여야 하는데, 오늘날은 제대 뒤 중앙 벽에 위치하거나 제대 중앙을 벗어난 위치에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제대로 시선을 모으기 위하여 제대 위에 매달거나 제단 위에 세우기도 한다. 제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대면식 미사에서 사제가 제대십자가를 등지게 됨에 따라 제대 위에 놓이는 작은 십자가는 “시선을 방해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지향을 끌어 모아 통일시키는 이미지” 로서 주례자와 참례자가 동시에 바라보는 대상의 의미를 갖는다.

십자가 크기와 높이는 전례 공간 내부의 면적과 천정 높이, 그리고 회중석으로부터의 거리를 고려하여 전례에 참여하는 모든 신자들이 바라보는 각도와 위치에서 잘 보이도록 하여야 한다. 십자가의 형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실적인 형상부터 형상이 없는 기하학적인 형태, 때로는 작가 주관이 강하게 표출되는 표현주의적인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다.

십자가는 개인 신심 도구로 사용되는 소형 십자가나 성패, 종교장신구와 같이 작은 크기로도 만들어지는데, “십자가를 몸에 달거나 옷에 부착하는 관습은 일찍부터 존재했으며, 주교와 고위 성직자라는 표시로 가슴에 거는 십자가는 12세기부터 시작되었다.”(<한국가톨릭대사전> 제8집, 한국교회사연구소, 1999, p5579) 이밖에도 십자가는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다양한 목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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