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움에 목마르고 하느님 나라에 굶주린 자, 반드시 길을 떠나야" | ||||||||
강우일 주교 성탄절 메시지, "보잘 것 없는 이의 눈물 닦아 주라는 유언을 기억해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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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별을 보고 길을 떠나야 하겠습니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 유다 나라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을 때 동방에서 세 명의 박사들이 찾아왔습니다. 이 세 사람은 어디서 온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들은 유다인들도 아니었고 성경도 모르는 이방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다만 별빛을 보고 먼길을 찾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밤하늘에 별이 많지만 이 세 사람은 유난히 밝은 빛을 발하는 특별한 별을 보고 위대한 분의 탄생을 꿈꾸었습니다. 그들은 그 위대한 분을 뵙고 예물을 드리려고 자신들의 안정된 일상과 편안한 고향을 떠나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긴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위대한 분의 탄생을 보기 위하여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먼 길을 왔지만, 정작 예루살렘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그분의 탄생을 몰랐습니다. 성경을 익히 알고 해석할 줄 아는 학자들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분을 찾아서 집을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현재에 만족하고 있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목마름과 굶주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동방박사들의 출현에 불안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탄생한 아기를 없애려고 하였습니다. 새로운 세상의 싹을 잘라버리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가 동방박사들처럼 길을 떠나기를 초대하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보금자리의 따뜻함을 털고 일어나 길을 나서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초대하시는 길은 좁고 편하지 않은 길입니다. 도중에 얼마나 많은 위험과 장애가 기다릴지도 모르는 어려운 길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보금자리가 따뜻하게 느껴질수록 떠나기 싫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동방박사들이 별빛에 매료되었듯이, 우리가 의로움에 목마르고 자비와 평화가 넘치는 하느님 나라에 굶주린 사람이라면 반드시 떠나야 할 길입니다.(마태 5,3-12) 오늘의 세상에도 많은 이들이 의로움에 목말라하고 참된 평화를 맛보지 못해 굶주리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창조해 주신 아름다운 산하가 마구 훼손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파 목숨을 끊으며 항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권력과 금력이 협력하여 세상을 탐식하니 아무도 막지를 못합니다. 개발의 신화에 밀려난 세입자들은 곳곳에서 눈물만 흘립니다. 거대한 자본이 굴러가며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중소기업, 영세기업, 동네가게까지 마구 집어삼켜도 저지하는 사람이 없으니 힘없는 사람들만 발을 동동 구릅니다. 나라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지만,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살며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이들은 오히려 줄어든 정부 지원 범위에 내일을 비관하고 있습니다. 심사과정도 생략된 채 낯 뜨거운 방식으로 통과된 새해 예산에는 결식아동 급식 지원을 비롯하여 저소득층 아동, 청소년, 청년, 어르신, 장애인, 농어민들을 위한 지원 예산은 2조 원이나 삭감되었습니다. 가장 힘없는 이들의 신음소리가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늘의 세상에서 우리가 아무런 목마름과 굶주림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따뜻한 보금자리만 지키고 있다면,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우리를 모른다고 하실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 나가 메뚜기와 들꿀만 먹고 회개의 삶을 살며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세례 받으러 오는 이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라.'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히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와 주었다. ...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34-36.40) 2010년 주님의 성탄대축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 강우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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