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oldhabit 2011. 1. 4. 12:46

나는 신학 대학 출신인데다 예수님의 향긋한 말씀을 너무 좋아해서 스님들로 부터는 예수 쟁이로 몰리고,

부처님과 선불교를 좋아해서 동창들로 부터는 족보가 의심스러운 놈,

전라도 친구들로부터는 무신경한 경상도 놈으로 낙인찍혀본 참 억울한 사람이다.

미국에 오래 머물렀던 탓에 한글 순혈주의자들로 부터는 미국 놈 똥구멍 빨다 온 놈으로

진보적인 어문학자들로부터는 언어국수주의자로 몰린 적이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회색분자다.

 

나는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석양 무렵 혹은 동틀 무렵을 좋아한다.

인도 말로는 이런 순간을 드히야나 dhyana라고 한다지..

선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지 아마, 눈 감은 것도 뜬 것도 아닌 상태,

확실하게 아는 것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닌 상태, 나는 앎과 모름의 가장자리를 서성거릴 떄 행복을 느낀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내가 참 좋아하는 함만복 시인의 시집 제목.

"모르는 사람들아, 내가 가르치겠다. 너희가 끝내 모르도록 "

내가 참 좋아하는,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구

 

- 소설가 이윤기 / 행복이 가득한 집 칼럼 중에서

 

 

 

‘제품’과 ‘작품’, 무엇이 다른지 아세요? 제품은 모양과 기능이 똑같게 찍어낸 물건입니다.

작품은 작가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살아 숨쉬는 물건이죠.

자기 인생을 ‘제품’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나는 6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또래와 비슷한 옷은 절대로 입지 않는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이윤기’이니까요.

남과 같은 삶이 아닌, 남과 다른 삶. 이것이 내 삶의 목표이자 지향점이었어요.

남들이 않는 ‘짓’을 하세요.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고요.

그래야 나만의 인간이 될 수 있답니다.

 

- 소설가 이윤기 / 중앙일보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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