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사모하는惠

교회는 작아야 한다

oldhabit 2012. 3. 9. 13:53

인천의 더함공동체 교회는 신자 수 60여 명의 작은 교회다. 이진오 담임목사는 "교회 덩치가 커지면 타락한다"며 신자 수를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교회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한다. 교회의 예배 공간이 마치 소규모 모임이 열리는 회의실 같다. [김형수 기자]

인천시 구월동 주택가 대로변에 자리잡은 더함공동체 교회에는 십자가 첨탑이 없다. 교회를 알리는 번듯한 간판도 없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교회가 세든 상가건물의 출입구 옆에 붙은 작은 교회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대신 북카페 '상상'과 교육문화공간 '담쟁이숲' 간판이 크게 보인다. 말 그대로 차를 팔고, 각종 교양강좌를 여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그러니까 이 교회에 예배를 위한 전용공간은 없다.

 7일 오전 교회를 찾았다. 교회를 알리기보다 감추는 이유, 교회의 흔적을 애써 없애는 이유가 궁금했다.

 2층 카페부터 들렸다. 이진오(42) 담임목사가 반갑게 맞는다.

북카페답게 책이 많이 꽂혀 있었다. 4∼9인용 스터디룸도 4개 보였다. 이날도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 4명, 항공사 승무원 지망생 3명이 각각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대학생방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카페가 교회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광운대 전형진(26)군은 "커피를 사람 수대로 주문해야 하지만 함께 공부하기 적당한 방이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카페 매니저 김현숙(42)씨 역시 목사다. 이 목사와 웨스터민스터 신학대학원(경기도 용인)을 같이 다녔다. 교회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 목사의 철학에 공감해 한식구가 됐다.

교회일까, 카페일까. 더함공동체 교회의 외관. 교회 간판 대신 2층에는 북카페 상상, 3층에는 교육 문화공간 담쟁이숲의 간판이 붙어 있다. 3층 담쟁이숲으로 올라갔다. '더불어 함께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라는 글귀가 박힌 플래카드가 30평 남짓한 공간 한쪽 벽에 붙어 있다. 예배공간임을 알리는 유일한 표지다. 그나마 평일에 지역주민에게 무료 대여하거나 청소년·성인 교양 강좌가 열릴 때에는 뗀다고 했다.

 - 교회의 흔적을 철저하게 없앤 이유는.

 "처음 교회에 오신 분들은 의아해한다. 간판이나 예배단 같은 걸 바란다. 하지만 그건 교회가 아니다. 건물이다. 요즘 교회가 수두룩한데 누가 간판 보고 교회 오나. 교회 공간을 신자 아닌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다 보니 교회의 흔적을 없애게 됐다. 강좌가 좋아도 교회에서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꺼린다. 교회의 문턱을 낮춘 게 아니라 아예 없앴다."

 - 카페나 담쟁이숲을 찾는 이들에게 교회 나올 것을 권하지 않나.

 "권하지 않는다. 카페는 지난해 초, 담쟁이숲은 지난해 3월에 문 열었다. 카페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자가 된 사람이 지금까지 6명이다. 현재 신자는 어른 40여 명, 청소년 20여 명쯤 된다."

 - 교회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이유는.

 "신자가 700명만 되도 목사는 연예인이 된다. 설교를 통해 감동을 주거나 지적 자극을 줄 수 있을 뿐이지 신자들과 삶을 나눌 수 없다. 조직이 비대해지다 보니 다른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신자들도 신자들대로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생긴다. 교회는 신앙의 공동체여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이 매개가 돼 하나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교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작아야 한다. 신자 수가 400명이 넘으면 곤란하다고 본다."

 - 교회 대형화를 막을 장치는.

 "헌금을 내가 관리하지 않는다. 난 볼 수 없게 교회 운영 규약을 만들었다. 누가 얼마 냈는지 알면 아무래도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서다. 규약은 신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예산 집행도 신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한다. 신자가 200명이 넘으면 교회를 분립시킬 생각이다."

 - 뜻을 함께하는 다른 교회도 있나.

 "지난해 중반 '교회 2.0 목회자운동'을 결성했다. 여기 소속된 20∼30여 개 교회가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 교회 건물 대신 집에서 예배를 보는 가정교회연합회도 있다고 들었다. 대형교회에 실망한 신자들이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고 있다. 작은 교회 운동은 점점 확산될 것이다."

신준봉 기자 < informjoongang.co.kr >

신준봉.김형수 기자kimhs@joongang.co.kr

▶김형수 기자의 블로그http://blog.joinsmsn.com/hu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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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더함공동체 교회는 신자 수 60여 명의 작은 교회다. 이진오 담임목사는 "교회 덩치가 커지면 타락한다"며 신자 수를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교회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한다. 교회의 예배 공간이 마치 소규모 모임이 열리는 회의실 같다. [김형수 기자]

인천시 구월동 주택가 대로변에 자리잡은 더함공동체 교회에는 십자가 첨탑이 없다. 교회를 알리는 번듯한 간판도 없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교회가 세든 상가건물의 출입구 옆에 붙은 작은 교회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대신 북카페 '상상'과 교육문화공간 '담쟁이숲' 간판이 크게 보인다. 말 그대로 차를 팔고, 각종 교양강좌를 여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그러니까 이 교회에 예배를 위한 전용공간은 없다.

 7일 오전 교회를 찾았다. 교회를 알리기보다 감추는 이유, 교회의 흔적을 애써 없애는 이유가 궁금했다.

 2층 카페부터 들렸다. 이진오(42) 담임목사가 반갑게 맞는다.

북카페답게 책이 많이 꽂혀 있었다. 4∼9인용 스터디룸도 4개 보였다. 이날도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 4명, 항공사 승무원 지망생 3명이 각각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대학생방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카페가 교회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광운대 전형진(26)군은 "커피를 사람 수대로 주문해야 하지만 함께 공부하기 적당한 방이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카페 매니저 김현숙(42)씨 역시 목사다. 이 목사와 웨스터민스터 신학대학원(경기도 용인)을 같이 다녔다. 교회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 목사의 철학에 공감해 한식구가 됐다.

교회일까, 카페일까. 더함공동체 교회의 외관. 교회 간판 대신 2층에는 북카페 상상, 3층에는 교육 문화공간 담쟁이숲의 간판이 붙어 있다. 3층 담쟁이숲으로 올라갔다. '더불어 함께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라는 글귀가 박힌 플래카드가 30평 남짓한 공간 한쪽 벽에 붙어 있다. 예배공간임을 알리는 유일한 표지다. 그나마 평일에 지역주민에게 무료 대여하거나 청소년·성인 교양 강좌가 열릴 때에는 뗀다고 했다.

 - 교회의 흔적을 철저하게 없앤 이유는.

 "처음 교회에 오신 분들은 의아해한다. 간판이나 예배단 같은 걸 바란다. 하지만 그건 교회가 아니다. 건물이다. 요즘 교회가 수두룩한데 누가 간판 보고 교회 오나. 교회 공간을 신자 아닌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다 보니 교회의 흔적을 없애게 됐다. 강좌가 좋아도 교회에서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꺼린다. 교회의 문턱을 낮춘 게 아니라 아예 없앴다."

 - 카페나 담쟁이숲을 찾는 이들에게 교회 나올 것을 권하지 않나.

 "권하지 않는다. 카페는 지난해 초, 담쟁이숲은 지난해 3월에 문 열었다. 카페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자가 된 사람이 지금까지 6명이다. 현재 신자는 어른 40여 명, 청소년 20여 명쯤 된다."

 - 교회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이유는.

 "신자가 700명만 되도 목사는 연예인이 된다. 설교를 통해 감동을 주거나 지적 자극을 줄 수 있을 뿐이지 신자들과 삶을 나눌 수 없다. 조직이 비대해지다 보니 다른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신자들도 신자들대로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생긴다. 교회는 신앙의 공동체여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이 매개가 돼 하나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교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작아야 한다. 신자 수가 400명이 넘으면 곤란하다고 본다."

 - 교회 대형화를 막을 장치는.

 "헌금을 내가 관리하지 않는다. 난 볼 수 없게 교회 운영 규약을 만들었다. 누가 얼마 냈는지 알면 아무래도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서다. 규약은 신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예산 집행도 신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한다. 신자가 200명이 넘으면 교회를 분립시킬 생각이다."

 - 뜻을 함께하는 다른 교회도 있나.

 "지난해 중반 '교회 2.0 목회자운동'을 결성했다. 여기 소속된 20∼30여 개 교회가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 교회 건물 대신 집에서 예배를 보는 가정교회연합회도 있다고 들었다. 대형교회에 실망한 신자들이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고 있다. 작은 교회 운동은 점점 확산될 것이다."

신준봉 기자 < informjoongang.co.kr >

신준봉.김형수 기자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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