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스승이다 상처는 스승이다 - 정호승- 상처는 스승이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라 뿌리 있는 쪽으로 나무는 잎을 떨군다 잎은 썩어 뿌리의 끝에 닿는다 나의 뿌리는 나의 절벽이어니 보라 내가 뿌리를 내린 절벽 위에 노란 애기똥풀이 서로 마주 앉아 웃으며 똥을 누고 있다 나도 그 옆에 똥을 누며 웃음을 나눈다 .. 言/오래묵을詩 2009.03.02
진달래 진달래 -김용택- 염병헌다. 시방. . .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 .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스러져불 것다. 시방 . . . 言/오래묵을詩 2009.03.02
누더기별 누더기별 -정호승- 사람이 다니는 눈길 위로 누더기가 된 낙엽들이 걸어간다 낙엽이 다니는 눈길 위로 누더기가 된 사람들이 걸어간다 그 뒤를 쓸쓸히 개미 한 마리 따른다 그 뒤를 쓸쓸히 내가 따른다 누더기가 되고 나서 내 인생이 편안해졌다 누더기가 되고 나서 비로소 별이 보인다 개미들도 누더.. 言/오래묵을詩 2008.12.10
버린 구절들의 노트 버린 구절들의 노트 -김남조- 글 쓰다 버리는 구절 중에서 빠른 글씨로 옮겨둔 노트가 있다 혹 다른 의복의 단추로 쓰일 일 있겠는지 그쯤의 궁리로 미련을 두었다가 오래 잊고 지냈다 어느 시에서 잘라낸 혈관인지가 왜 오늘에도 기억나는지 몰라 바싹 마른 풀씨로 하늘 공중 멀리멀리 날아들 가지 않.. 言/오래묵을詩 2008.11.16
비 비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한 바람. 앞 섯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여 세우고, 죵죵 다리 깟칠한 산새 거름 거리. 여울 지여 수척한 흰 물살, 갈갈히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닢닢 소란히 밝고 간다. -'추사에 미치다' 빈섬 이상국저, 푸른역사. 2008 中- 言/오래묵을詩 2008.10.17
발자국외 9개의 시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 - 최정례- 그러니, 제발 날 놓아줘,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거든, 그러니 제발, 저지방 우유, 고등어, 클리넥스, 고무장갑을 싣고 트렁크를 꽝 내리닫는데… 부드럽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플리즈 릴리즈 미가 흘러나오네 건너편에 세워둔 차 안에서 개 한.. 言/오래묵을詩 2008.09.08
시원한 나무, 비유, 문 시원한 나무 시바타 산키치 대화라는 나무 라고 불리는 큰 나무가 있어 햇빛이 한창인 양지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은 현안 사항을 대화로 푼다고 한다 거기 모인 여러 명의 화자들은 서로 마주 보지 않고 같은 방향을 향해 나란히 앉는다 지나간 시간을 반복해서 새기는 사바나 사람들의 풍습 부족에 .. 言/오래묵을詩 2008.09.08
비누 비누 -임영조- 이 시대의 희한한 성자(聖子) 친수성(親水性) 체질인 그는 성품이 워낙 미끄럽고 쾌활해 누구와도 군말 없이 친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온몸을 풀어 우리 죄를 사하듯 더러운 손을 씻어 주었다. 밖에서 묻혀 오는 온갖 불순을 잊고싶은 기억을 지워 주었다. 그는 성직(聖職)도 잊고 거리.. 言/오래묵을詩 2008.09.08
사랑 사랑 -크리슈나무르티- 그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기에 언제나 새로우며 최상의 호기심으로 배움에 임하지만 결코 지식을 쌓지 않는다. 무엇이 되려고 한 적이 없기에 없음이라고 불리며 끝없이 깊고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앎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기에 모름이라고 불리며 그 힘은 무한하나 한없.. 言/오래묵을詩 2008.09.08
긍정적인 밥 *긍정적인 밥 -함만복- 시 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이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줄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 .. 言/오래묵을詩 200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