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목련
-정성수-
그 많은 세월을 건들건들 해찰하면서 걸어왔거나
수고의 땀을 흘리면서 정신 없이 뛰어왔거나 여기까지 오는 일들이
모두 너에게 오는 일임을 늦게야 알았다.
목련 아래 당도해 보니 목련꽃 달빛 환하게 봄밤을 간질이고 있었음으로
목련꽃 분분이 지는 안타까움을 올려다보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 걱정들이 기우였음을 물었으나
대답은 없었다. 목련 너는 이미 내가 왜 묻는지를 알고 있었음으로
봄바람이 목련 너를 한 번 흔들고 지나 간 뒤
네 잎새 피어난다 해도
목련꽃 피었다 진자리마다 굳은 살 같은 옹이들이 딱지처럼 달라붙어 있다가 나비처럼 봄날은 흩어지고
봄이 저 만큼 가고 있는 어느 날, 목련 아래서 고개를 숙인
내 영혼은 또
사소한 걱정들이 기우였느냐고 목련 너에게 되물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