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oldhabit 2008. 5. 24. 11:20

 a)우리 안에 공존하는 동방박사와 헤로데

 

                  -전략-

 

우리는 어쩌면 남의 아기는 몰라도 내 아기만은 예수님처럼 살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타고난 아기 예수님의 천진성이 꽃피기 전에 잘라버리려고 작심을 합니다

얻어맞는 아이가 될까 봐 먼저 때리길 부추기고

행여 말석에 앉는 아이가 될까 봐 양보보다는 쟁취를 가르치고 박해받는 이들 편에 설까 봐 남을 박해하는 걸 용기라고 말해주고

옳은 일을 위해 고뇌하게 될까 봐 이익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돌진하기를 응원합니다

모든 아기들은 태어날 때 아기 예수님을 닮게 태어났건만 예수님을 닮은 어른은 드뭅니다

있을 리가 없지요.

우리가 용의 주도하게 죽였으니까요.

 

 

b)이제야 알겠습니다

   

                            -전략-

 

어떤 계층의 사람과도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하나님의 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하나님이 그를 보내심은 보통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로 편입시키기 위한 큰 역사였음을

 

 

c)나는 악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까

별로 궁금하지 않다.

나는 안다.

악마가 나처럼 생겼으리라는 것을.

왜냐하면 나는 주님을 떠보는 데 선수니까

 

 

d)놀랍고도 황홀한 순간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주님,  저는 복음서 중에서도 요한복음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서술 방법이 특이하고도 힘찰 뿐 아니라,

당신을 보는 사랑도 다른 복음과 뚜렸하게 구별될 정도로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다른제자들이 미처 포착 못한 당신의

가장 고결하고 깊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진정한 용기가 무엇이라는 게 드러난 부분까지

실로 섬세하게 보여주어

읽을 때마다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듭니다

특히 여성관을 여러 각도로 깊이 있게 보여줬다는

것도 요한복음이 당신의 인격과 신격을

비로소 완성시켰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중략-

 

그러나 주님께서 천하고 팔자 사나운 사마리아 여자에게서

집어 낸 것은 그런 마실수록 목마른 동물적 갈증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오지를 흐르는 영원한 진리,

영적 평화,

정신의 고양,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갈증을 보신 것입니다.

그것을 보셨다는 것만으로도

그 여자에게는 최고의 인간 대접이 되었을 테고,

그것을 보신 이상 당신 안에 흐르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아끼실 주님이 아니심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e)주님,

당신의 부활을 입으로는 믿는다 하면서도

아직 부활하신 당신을 뵌 적도 없습니다.

뵙기 전에 당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느끼게 하소서,

그러면 당신이 아무리 낮은 곳에

보잘것없는 이들과 더블어계시더라도

능히 알아뵐 수 있겠나이다.

 

 

f)미처 알아보지 못한 만남들

 

                  -전략-

 

주님 저의 임종의 자리에도 임하시어 저로 하여금

저 높은 곳으로부터의 안배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많은 아름다운 만남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 했다고

미소짓게 하소서,

제 생전에 허물이 막중하여 비록, 천국을 약속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족하겠나이다.

 

 

g)하나님이란

바로 제 자신도 이렇게 죽일 수 있는 아버지,

암흑 그 자체라는 깨달음이 전율처럼 등줄기를 스쳤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말에 솔깃해서 당신의 자녀가 되겠다고 약속한 걸 당장 파기하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주님,

제가 도망쳐 나갈 문은 어딥니까.

들어온 문이 있으면 나갈 문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도대체 문을 어디에 숨겨놓으셨습니까

뭐라고요?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다고요?

오오, 주님 나가기 위해서라도 일단 들어가게 하소서.

 

  -나는 양이 드나드는 문이다-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中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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