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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 12일 네루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조국 칠레에서 국가적 축제가 벌어진다.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파블로 네루다(1904~1973)가 12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네루다는 칠레의 국경 지방인 파랄에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나 19세에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출간, 남미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으로 떠올랐고, ‘지상에서 살기’ 등으로 남미의 현실과 민중의 꿈을 노래한 업적을 인정받아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네루다는 스스로 희망의 색깔이라고 명명한 초록색 잉크로 시를 쓰면서 언어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네루다를 가리켜 “모든 언어권을 통틀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 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광대한 밤을 듣거니, 그녀 없이 더욱 광막하구나. 그리고 詩가 영혼에 떨어진다 목장에 내리는 이슬처럼. 내 사랑이 그녀를 붙들어 놓지 못한 게 뭐 어떠랴. 밤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녀는 내 옆에 없다.
네루다의 시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중에서
정현종이 옮긴,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네루다가 말년을 보낸 집이 있는 이슬라 네그라에서는 아이들이 거리 행진을 펼치고, 앞바다를 지나가는 배들이 고동을 울리는 가운데 네루다의 시를 적은 종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은 이날 산티아고에서 네루다의 고향인 파랄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데, 이 기차에는 남미 각국의 대표적 작가들이 탑승하면서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여행에 동참한다.
하비에르 에가나 문화장관은 “칠레는 시의 영웅, 문자의 영웅, 인간성의 영웅을 기린다”고 선언했다. 칠레 정부는 1973년 피노체트 장군이 쿠데타로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역사의 비극을 치유하기 위해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성대하게 치른다. 아옌데의 절친한 친구였던 네루다는 쿠데타로 아옌데가 피살된 것을 너무 슬퍼한 나머지 2주일 뒤 숨을 거두었다. 당시 군인들은 병석에 누운 네루다의 집에서 무기를 찾으려고 수색했지만, 네루다는 “여기에서 당신들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란 언어들”이라고 일갈했다.
칠레 정부는 이날 전 세계 100명의 문인과 문화 종사자들에게 네루다 기념 메달을 준다. 한국에서는 네루다의 시집을 번역한 시인 정현종씨가 주한 칠레 대사관에서 기념 메달을 받는다.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은 네루다 탄생 100주년에 맞춰 네루다를 등장시킨 영화 ‘일포스티노’의 원작 소설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우석균 옮김)를 출간했다.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만남에서 시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진실을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조선일보 04.07.07
영화 `IL POSTINO`는 한폭의 수채화...
1995년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 `IL POSTINO`는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잔잔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또한 시적 상상력과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진 한 편의 영상시이다.
이 영화는 시인 네루다가 고국인 칠레로부터 추방 당한 후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의 한 아름다운 섬에 망명하면서 순박한 우편집배원인 마리오가 편지를 배달해 주면서 자신의 순수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어찌 보면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마리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네루다라는 전형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통하여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과 우정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지루한듯 하지만 그 배경에 깔려있는 아름다운 음악과 잔잔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휴식처와도 같은 편안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 영화의 잔잔한 감동은 지중해의 파도 소리처럼 가슴 깊이 밀려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행복함을 감출 수 없게 했다.
'네루다'를 알게 한 이탈리아 영화 '일포스티노'...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네루다 ‘詩’ 中, > ... 네루다 다운 시언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긴 시로 표현한, ‘그 여름 속에 레몬의 빛이 터지는 말’ ... ‘한 척의 배처럼 당신의 이름 속으로 나아가게 해다오’ ... 영화에서 마리오가 네루다와 마틸데의 키스 장면을 보게 되는, 그 카메라의 앵글에 맞춰 이 시를 음미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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