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밭에서
-멩이-
산전 고추 짓던 이 떠나고
7월 빈 밭에 매미울음 같이 개망초만 흐드러졌다
인디언이 산다는 아메리카에서
밀가루와 우윳가루에 묻어 바다를 건넜다는
개망초는 헐벗은 반도에 꺾어도 꺾어도 무장무장 꽃피웠다
애기 계란 같이 예쁜 꽃들이 강을 이뤄
폐허를 덮고 철길 따라 신작로 따라
하얗고 서럽게 피어올랐으리라
냇둑길 할머니와 이별하던 아버지도
여울 소리 가득한 그 꽃빛에 먹먹했을 것이다
남의 나라 백성으로 살던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막대 같은 손갈퀴로 자갈 고르고 산전을 일구었던 밭
땅콩 심은 할머니를 따라나와 코흘리며
콩가루에 밥비벼 먹던 곳도 이곳이다
지금도 개망초 꽃밭에 서면
무쇠솥에 뭉클 오르던 밥내처럼
파란 하늘 눈부시게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서러움도 외로움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개망초 꽃바다엔 환히 한 세상이 저물고 있었다
욱욱한 저 꽃들 속으로
사랑산카페에서 -습작시0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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