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어요
평생 청상으로 살아오신 무 속 같이 흰 어머니의 발엔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렸다
복 중 한여름에도 무명 양말에 버선을 신으시고 시렵다 시렵다 하시며 이불 속 잠자리에서도 두 발 비비셨는데.
어머니 먼 길 떠나신 마지막 밤에도 발이 시렵다 시렵다 하셨다.
언제부터인가 새벽이면 엄동설한 삭풍이 아니더라도 내 무딘 발에도 서리가 내렸다.
정수리에 흰머리 하나씩 봄 둔덕 새순처럼 솟고나서야 이제서 시려움이 외로움이란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눈이 오면 새벽 길 눈 쓸고 들어오시는 아련한 어머니의 모습,
금방이라도 따뜻한 물대야에 당신 발 한 번 녹여 주고 싶은 것이 마음만 되뇌이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 되었다.
'엉겅퀴, 어머니를 닮은 꽃을 그리며' 한국화가 -이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