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들
나는 즐긴다
장례식장의 커피처럼 무겁고 은은한 의문들을:
누군가를 정성들여 쓰다듬을 때
그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서글플까
언제나 누군가를 환영할 준비가 된 고독은 가짜 고독일까
일촉즉발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삶은
전체적으로 왜 지루할까
몸은 마음을 산 채로 염殮한 상태를 뜻할까
내 몸이 자주 아픈 것은 내 마음이 원하기 때문일까
누군가 서랍을 열어 그 안의 물건을 꺼내면
서랍은 토하는 기분이 들까
내가 하나의 사물이라면 누가 나의 내면을 들여다 봐 줄까
층계를 오를 때마다 왜 층계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까
숨이 차오를 때마다 왜 숨을 멎고 싶은 생각이 들까
오늘이 왔다
내일이 올까
바람이 분다
바람이여 광포해져라
하면 바람은 아니어도 누군가 광포해질까
말하자면 혁명은 아니어도
혁명적인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또 어떤 의문들이 남았을까
어떤 의문들이 이 세계를 장례식장의 커피처럼
무겁고 은은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또 어떤 의문들이 남았기에
아이들의 붉은 입술은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끝없이 옹알댈까
월간『현대시』심보선, 2009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