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없는 곳, 산초나무 잎사귀가 음악처럼 피어나는 곳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라,
그대와 내가 만나 지극한 사랑의 힘으로 허공에 한 채의 소슬한 부석사를 지어 올릴 수 있는 곳,
꿈에도 그리워지는 꿈이 있어 눈뜨면 다시 잠들고 싶어지는 生의 이 황막한 저녁에 누이처럼 맑은 그대는
어느 산녘에 산초나무 잎사귀처럼 조그맣게 피어 있는 것이냐,
그대 생각에 초저녁별들이 고장난 라디오의 잡음처럼 켜지는 밤이 오면 내 손끝에서 떠나간 노래들은
그대 가슴 어디쯤을 흐르고 있을까,
풍경 소리 바람을 따라 흘러가 버린 곳,
그 소리를 쫓아서 마음이 한 열두 달 헤매던 곳에서 오늘도 그대는 산초나무 잎 푸른 음악으로 다시 돋아나는데,
그대여 이 밤도 나는 술잔을 들고 하염없이 걷나니,
복사꽃 휘날리는 벌판을 지나 지금 여기에는 없는 곳,
가난한 등불 아래 산초나무 잎사귀가 피는 곳으로 그대는 오라.
-박정대-시집'아무르 기타'中 (사랑의 적소謫所)), 문학사상사,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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