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꽃이 웃다

oldhabit 2009. 7. 11. 01:36

   꽃이 웃다

 

                      -마종기-

 

장미나무 꽃대 하나

 

좁은 땅에 심어 놓고

 

몇 달 꽃 피울 때 까지

 

나는 꽃이 웃는다는 말

 

이해하지 못했다.

 

 

작은 잎의 상처도 아파

 

조심해서 물을 또 주고

 

긴 잠 깨어 안심할 때 까지

 

나는 꽃이 말을 한다는 것도

 

비유인 줄만 알았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웃는 모습을 보두 보다니

 

젖은 입술의 향기로

 

내게 기대는 것도 느끼다니!

 

 

그러나 은밀한 관계여

 

영문 모르는 애인이여

 

네가 울기까지 한다는 것은

 

이승에서는 감당키 어려워

 

도저히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멀리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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