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재료에 이어 두 번째로, 전각의 입문에 있어 갖추어야 할 서적류에 대하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서적류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개론서, 2.印譜, 3.字典 - 이 그것입니다.
시중, 특히 서울에는(서X필방, 이X문고, 양X서림 등) 중국에서 나온 좋은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내용 면에서도 심도있고 좋은 작품들을 싣고 있는 印譜들도 즐비해서 초심자 분들께서는 이런 책들 앞에서 압도되기 쉽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양서들을 마음껏 구해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정말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만(불과 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공부할 자료적 여건이 이렇게 좋지 못했음은 많은 분들도 동의하실 겁니다), 입문 단계의 분들께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적으로 서예 공부를 한다면 중국어나 일본어는 전공 외국어로 익혀야겠지만, 모든 분들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 책들은 본래 출판 부수가 적고 재판이 들어가는 보장도 하기 어려운데다 지속적인 국내 공급은 더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개론서는 우리 말로 번역되었거나 우리 저자들이 쓴 책들로 소개해 드리고, 도판이 위주인 印譜와 字典류는 공급이 안정적인 중국 수입 책 또는 국내에서 출판된 것들을 위주로 선별해 보겠습니다.
1. 개론서: 전각의 종류, 역사, 용구와 재료, 기본 기법 등을 소개하는 책들입니다.
고전적인 개론서로 우선 鄧散木 선생의 [전각학]을 들 수 있습니다. 등산목 선생은 청말에서 인민공화국 초기까지 사셨던 저명한 서예전각가이셨습니다. 우리말 번역은 운림필방에서 출판한 것이 있고, 원서 영인본(등산목 선생이 전체를 소해서로 쓴 것)은 중국 서령인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원서는 서X필방에서 어렵지 않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전각학]은 말씀드린 사항들을 잘 설명하고 있으면서 특히 전각에서의 결구와 장법을 아주 짜임새있게 잘 정리하여 등산목 선생 본인의 전각 작품 인영을 옆에 찍어놓고 이를 예로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전각학]에서 등산목 선생은 근대 전각 조형론을 총정리하고 있습니다. 전각 공부의 필독서입니다.
국내 저자의 것으로, 지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국당 조성주 선생님의 [전각개론](도서출판 고륜)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분량에 칼라 사진, 도판을 풍부히 실어 실기 위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농인 김기동 선생님의 [전각의 이론과 역사](이화문화출판사)는 외국의 여러 서적과 문헌들을 참고하여 방대한 분량으로 마치 백과사전과 같이 집성하고 있으므로 내용이 상당히 심도있고 찾아보고 참고하기 좋은 책입니다. 단, 수년 전 출판하고 재판하지 않아 시중의 재고가 매우 적습니다(구하기 어려울 겁니다).
단행본으로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사곡 이숭호 선생님(제 스승님이시지요)께서 1991년 [월간 서예]에 연재하신 전각 강좌도 좋습니다. 사곡선생님은 당신의 정밀한 刻風에 걸맞게 고전 摹刻과 전각조형론에 역점을 두고 지상 강좌를 집필하셨습니다. 특히 독자들의 모각과 창작 전각 작품을 응모받아 첨삭, 설명해 주신 내용은 입문하는 초심자 분들께 아주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국의 湯兆基 선생이 쓰고 조성주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전각문답 100](이화문화출판사)은 말씀드린 개론적 사항들을 100가지 문답 형식으로 설명한 책입니다.
도곡 김태정 선생님(대구예술대학교 서예과 교수로 계시지요)의 [전각](빛깔있는 책들-대원사)은 문고판의 적은 내용에 여러 사진과 도판을 곁들여 전각에 대한 입문적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2. 印譜: 입문 단계의 초심자 분들께 필요한 印譜(전각 작품집)는 진, 한 시대의 고전 인장들, 그리고 명, 청 시대의 근대 전각가들의 명작을 간추려 실은 것입니다. 서예에서 고전의 영인본을 갖고 임서를 하듯 전각에서도 이 고전 작품들을 그대로 베껴 모사, 모각하는 공부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印譜가 필요합니다. 즉, 법첩인 것이지요.
위에서 말씀드린 김기동 선생님의 [전각의 이론과 기법] 같은 책에도 이러한 고전들을 잘 선정하여 실어 놓았습니다만, 저는 독립된 책 가운데 대만에서 나온 [중국인보]를 권해드립니다. 시중에는 주로 복사판이 나와 있는데, 원서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복사판이라도 인쇄 수준이 나쁘지 않으므로 모각과 감상에 나쁘지 않으리라 봅니다. 비록 중국어지만 대만 책이니만치 번체자로 주석을 달아 놓았으므로 모각과 감상을 하시면서 중국 전각의 역사를 일별하실 수 있습니다.
3. 字典: 전각 자전류 역시 현재 시중에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전각 자전 뿐만 아니라 전서 자전까지 참조하면 좋겠지요. 자전은 많지만, 초심자 분들께 소개할 만한 것은 몇 없는 것 같습니다.
운림필방(운림당)에서 나온 [전각자전]은 명, 청대 근대 전각가들의 작품에서 발췌한 글자들을 모은 자전입니다. 원서는 일본 책입니다.
명, 청대 근대 전각가들의 자전으로 현재 시중에 있는 가장 좋은 것으로는 역시 일본 책의 복사본인 상하 두권짜리 [전각자전]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역시 운림필방, 그리고 미술문화원에서도 나왔던(지금도 나오나 모르겠네요) [오체전서자전]은 가장 표준이 되는 小篆을 필두로 해서 갑골문, 금문, 印篆을 표 안에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전서나 전각에 있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文字學에 근거하여 정확한 글자를 써야 한다는 것인데(그래서 전서, 전각 공부에서 문자학은 필수입니다), 그게 쉽지만은 않고 더욱이 입문 단계에서는 너무 어려우므로 안전하게 정리된 자전이 있으면 좋겠지요. 특히 금문, 갑골문 등 전서의 각 서체마다 수많은 각각의 자전들이 있지만 그것을 다 갖추기가 어려우므로 이것을 잘 정리하여 합본한 책이 있으면 아주 긴요할 것입니다. 이 책 역시 일본 저자에 의한 것입니다. 단, 이 책은 위의 두 가지 자전과는 달리 글자의 형태를 도장 원본에서 그대로 따오지를 않고 형태만을 펜으로 그려놓은 것이기 때문에 단지 字形만을 참조하는 용도입니다.
[서도대자전(서예대자전)]에는 가장 표준인 설문해자의 小篆을 비롯해서 갑골문, 금문, 청 시대의 전서를 간략하게 실어 놓았습니다. [전예대자전(淸人전예대자전)]은 청 시대 작가들의 전, 예서 모음 자전입니다.
이밖에, 주로 중국에서 들어 온 포켓용 자전류도 많이 있습니다. 초서도 그렇지만, 전서는 마치 외국어 단어 암기하듯 외워 익숙해져야 합니다.-樹菴 -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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