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의 제조법
먹을 만드는 주요 재료는 그을음, 아교, 향료 등이다.
먹을 만드는 주요 성분은 극히 작은 탄소 입자이다. 원형의 탄소 입자는 그 크기가 고를수록 좋은 먹이고 입자가 불규칙하면 좋은 먹이 되지 않는다. 먹을 만들 때는 반드시 아교로 응고시키는데, 아교는 동물의 가죽 또는 연골을 삶은 즙으로 만들기 때문에 냄새가 좋지 못하다. 그래서 먹에 향료를 섞는다.
그을음의 채집방법은 등유를 연소시킬때, 아주 작은 화염을 만드는데 이때 유리를 사용하여 계속되는 화염을 덮으면 앞쪽으로 상승하려는 연기는 유리마개에 부착된다. 이런 것을 채집한 것이 곧 그을음이다.
그을음의 좋고 나쁨은 화염과의 거리로 말미암아 결정되는데, 즉 화염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좋은 그을음을 얻을 수 있게 되며 반대로 가까울 경우는 질이 좋지 못하다.
그을음은 기름의 품질과 종류에 따라 먹의 질이 달라진다. 채자유, 호마유, 춘유, 대두유에서 채취한 그을음이 좋고, 소나무 기름에서 채취한 송연묵은 먹중에서 가장 선명한 광채를 가지고 있는 고급품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소나무 원료가 부족하고 게다가 그을음을 채집하는 데 손이 너무 많이 가므로 제조하지 않고 그 대신 중유, 경유 등 공업유를 이용하여 먹을 만든다.
아교는 접착제로서 그 성분은 단백질이다. 합성수지라는 접착제를 만들어 내기 이전에는 아교를 사용하여 접착제로 썼다. 아교질은 야수나 물고기의 뼈, 가죽에서 나오는 액체를 건조한 후에 가공한 것이다. [묵경]에 의하면 "아교는 먹의 질을 결정시켜 주는데, 만약 좋은 아교가 없다면 아무리 조은 그을음이라 할지라도 우수한 먹을 만들 수 없다."고 하였다.
먹을 갈 때에 매끄럽거나 혹은 매끄럽지 않은 감각은 아교가 그을음을 억압하는 관계와 서로 조화된 관계에 달려 있다.
이 아교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향료를 섞어 쓰는데, 예로부터 묵향은 고귀한 향취로 사람을 그윽하고 심원한 세계로 이끌어낸다. 고대에는 천연향료를 사용하여 아교 냄새를 제거했고, 향료 중에는 사향노루의 사향을 최고로 여긴다.
그을음과 아교를 섞는 것을 연묵이라 한다. 연묵은 밀실에서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작은 탄소입자인 만큼 쉽게 바람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또 그을음과 섞여 있는 혼합물을 제거하기 위하여서는 체로 쳐서 걸러낸다. 그런 연후에 약한 화로 위에 송판을 놓아 반죽한다.
요즘은 정연기가 있어 대량 반죽이 가능해졌지만 옛날에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반죽했다. 목판위에 보통 그을음 600∼700g, 아교 120∼140g의 비율로 반죽한다.
반죽하는 시기는 한랭한 늦가을이나 겨울철이 좋다. 묵장(먹으 만드는 사람)이 오랜 경험으로 비비고 문지르고 여러 번 반복하여 먹을 만든 다음 마지막으로 틀에 넣어 건조시키면 완성된다. 먹의 모양은 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먹의 문양, 글씨 등은 틀 속에서 만들어진다. 모형(틀)에 먹을 넣을 때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적당하다. 만약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먹이 물러져 버리고, 또 낮으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모형에서 뜬 먹은 재 속에 넣어두어 완전히 물기를 제거해 낸다.
그 다음 먹을 짚으로 엮어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건조시킨다. 다 마른 먹이 완전해지기까지는 30∼50년 세월이 지나야 좋은 먹색이 나는 먹을 만들 수 있다. 완전히 마른 먹은 광을 내고 금분잊나 은분 또는 청분, 붉은 색으로 문자나 문양을 도안한다.
▶먹의 종류
먹은 원료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 주묵 - 중국에서 고귀한 사람과 지체 높은 권문을 상징하는 뜻에서 주로 사용된 붉은 빛깔의 먹이다. 주묵은 수은과 유황, 납을 혼합하여 만들었는데 주묵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좋다.
* 유연묵 - 주로식물성 기름인 채종유 같은 기름을 태워서 얻은 그을음으로 만든 먹으로 순도가 아주 높다. 오래될수록 먹의 고아택이 나며 아교 성분이 많은 편이다.
* 송연묵 - 이름 그대로 소나무의 송진이 타면서 만들어 내는 그을음으로 만든 먹이다. 이 먹은 먹색이 맑고 깊으며, 아교가 적다. 한나라 이후로 많이 만들어졌고, 중국 안휘성 황산에서 나는 소나무로 만든 것이 최상품이다.
* 양연묵 - 광물유에서 얻는 그을음으로 원료는 카본블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이 다 화학원료인 카봉블랙을 사용하여 먹을 만들고 있다.
* 채묵 - 주묵을 포함해서 5종이 있는데, 이것을 5채먹이라 한다. 대부분 그림과 장식용으로 만들어졌다.
* 석묵 - 자연산의 먹으로 중국 공양산의 묵산이라는 곳에서 많이 생산된다.
▶좋은 먹을 고르는 법과 보관
좋은 먹은 우선 그을음의 입자가 가늘고 고와야 함은 물론 가볍고 탁하지 않으며 맑아야 좋은 먹이다. 되도록 아교질이 적고 단단해야 하고 향기가 좋아야 한다.
좋은 먹을 고르는 데는 먹색과 향기, 두가지 방법이 보통 쓰이는데 손으로 두들겨 보아 소리가 맑아야 하고 갈 때 소리가 나지 않고 윤기가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은 선택법이다.
먹을 오랫동안 쓰지 않을 때에는 쑥속에 넣어두고 장마철에는 종이에 싼 다음 재 속에 넣어두면 질이 변하지 않고 곰팡이가 안 생긴다. 또 직사광선을 받지앟게 하며 갈던 먹은 깨끗이 닦아두는 것이 좋다.
* 참고문헌 : [고려대학교 한국화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