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날의 편지
-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해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달라는
이 터무니없음을 용서하십시요
이해인기도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中
이 깨달아지는....
아이를 염려하고 얼굴 보고싶어하며
때론 서성이며 그 쪽을 향할 땐,
다만 잔잔함의 기원이였다.
어느날 잊은 듯 싶었는데
다시 가슴을 뒤 흔드는 듯한
그를 향한 맘 씀엔,
분명 독이 들어감이다
아이로 인한 눈물은 그 시절을
견디며 넘어 가는 안정을 허락하지만.
그로 인한 눈물은
부풀어 오르는 용서하진 못하는 자의
흔적을 남김이다.
사람을 사랑함의 큰 차이라면
이해와 용서의 색깔이다.
무색의 사랑은 선함이
분홍의 사랑엔 많음의 불순물로 인하여
참 맑을 수 없음이 새로이 아쉽다.
2007.12.18.
'言 > 빈가슴속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가다 (0) | 2008.05.20 |
---|---|
그냥 (0) | 2008.05.20 |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 (0) | 2008.05.20 |
다섯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0) | 2008.05.20 |
바람꽃 (0) | 2008.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