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빈가슴속心

슬픈 날의 편지

oldhabit 2008. 5. 20. 19:32

  슬픈 날의 편지

 

                 -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해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달라는

이 터무니없음을 용서하십시요

 

  이해인기도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中

 

 

이 깨달아지는....

아이를 염려하고 얼굴 보고싶어하며

때론 서성이며 그 쪽을 향할 땐,

다만 잔잔함의 기원이였다.

 

어느날 잊은 듯 싶었는데

다시 가슴을 뒤 흔드는 듯한

그를 향한 맘 씀엔,

분명 독이 들어감이다

 

아이로 인한 눈물은 그 시절을

견디며 넘어 가는 안정을 허락하지만.

 

그로 인한 눈물은

부풀어 오르는 용서하진 못하는 자의

흔적을 남김이다.

 

사람을 사랑함의 큰 차이라면

이해와 용서의 색깔이다.

 

무색의 사랑은 선함이

분홍의 사랑엔 많음의 불순물로 인하여

참 맑을 수 없음이 새로이 아쉽다.

 

     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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