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젖지않을江

줄 없는 거문고에 새긴 글

oldhabit 2008. 11. 20. 23:12

    줄 없는 거문고에 새긴 글   

                                      

 

                        - 화담 서경덕-

 

 

거문고에 줄이 없는 것은 본체(體)는 놓아두고

작용(用)을 뺀 것이다.


정말로 작용을 뺀 것이 아니라  고요함(靜)에

움직임(動)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를 통하여 듣는 것은 소리 없음에서

듣는 것만 같지 못하며,


형체를 통하여 즐기는 것은  

형체 없음에서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형체가 없음에서 즐기므로  

그 오묘함을 체득하게 되며,


소리 없음에서 그것을 들음으로써  

그 미묘함을 체득하게 된다.


밖으로는 있음(有)에서 체득하지만, 

안으로는 없음(無)에서 깨닫게 된다.


그 가운데에서 흥취를 얻음을 생각할 때 

어찌 줄(絃)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가?

 

그 줄은 쓰지 않고   

그 줄의 줄소리 밖의 가락을 쓴다.


나는 그 본연을 체득하고   

소리로써 그것을 즐긴다.


그 소리를 즐긴다지만,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요,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그것이 그대의 지표이거늘


내 어찌 거문고를 귀로 들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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