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에브게니 브라빈스키 지휘
래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전략-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차이코프스키를 들어야 하는 계절이다.
음악을 처음 듣던 어린 시절 무엇을 주로 듣느냐고 해서 차이코프스키를 듣는다고 했더니 무시하는 투로 코웃음을 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브람스를 듣는다는 거였다.
난 브람스를 듣기 전이었지만 내심 기분이 상했다.
그에게 차이코프스키는 낭만적인 음악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할 건 없었다.
차이코프스키를 들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을 걸을 때 차이코프스키를 떠 올리지 않을 수는 없다.
낮은 하늘, 겨울 내내 해가 나는 날이 없는 음침한 하늘과 추위와 우수, 얼어붙은 숲과 적막은 낭만이 아니라 뼈를 저미는
고독의 혼란이다.
차이코프스키는 그 하늘을 떠올리며 들어야 제격인 것이다.
날이 흐리다.
눈이 올 듯하다.
어느 숲가 창이 넓은 집에 있면 커튼을 활짝 다 걷어놓고 무거운 하늘을 창문 가까이 불러놓겠다.
반듯하고 격정적인 므라빈스키의 '비창'을 크게 틀어놓고 한 점씩 내리기 시작하는 눈발을 맞이하겠다.
'비창'이 끝날 때 눈은 마당을 모두 흰빛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음악을 다 듣고 나서 창을 열고 나아가 흰 눈길 그 위를 몇 걸음 걸어본다면 황동규의 언어대로"사는 것의 홀로움"
맘껏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듯 음악을 듣는 것은 어쩌면 다 듣고 난 후를 즐기기 위한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혼자다.
'나는 혼자다'하면서 듣는 교향곡이 바로 '비창'이 아닐까 싶다.
여담이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을 초연하고 일주일 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 곡의 표제를 삶의 우연이 따라간 것이다.
-정석남산문집-'물긷는 소리'中 해토출판.2008.
200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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