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사는이치知

우리옷을 입자

oldhabit 2009. 5. 18. 20:11

옷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옷 입기운동을 25년 동안 해오면서 옷에 얽힌 많은 인연들이 있었다. 그중 최근에 놀랄만한 일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우리 옷을 수의로 입었다는 것이다. 질경이우리옷을 입고 결혼식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수의로 입었다는 얘기는 처음이었다. 그분도 분명 양복을 입고 사회생활을 하셨을 텐데, 이 세상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의 선택을 할 때 고른 옷이 ‘질경이 옷’ 이라니,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또 기억나는 일은 젊은 선생님의 이야기인데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그 분은 선생님이 되고 나서 바른 교육을 위해 열정을 다했다. 그러나 주의의 억압과 괴롭힘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질환을 겪게 되었다. 헌데 그는 병원에 가야 할 만큼 힘들 때 마다 질경이우리옷을 찾아 입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물으러 왔다는 것이다. 질경이 옷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길래 병원에 가기 전에 꼭 이 옷을 찾아 입는지 모르겠다며... 이 두 사례에서 보듯이 옷은 단순히 우리의 몸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생활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일제강점기전 까지 우리는 흰옷을 주로 입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으나, ‘자연적 심성’ 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조선말 동학농민군들이 하얀 옷을 입고 죽창을 들었던 모습을 <서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 표현하는데, 이 모습이 아마 조선 민족의 ‘마지막 단체사진’이 될 것 같다. 그 이후 이런 집단적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의 압제는 단순히 정치, 경제의 수탈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문화, 즉 의복문화에 까지 이어졌다. 하얀 옷을 입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색복을 입게 하고 흰옷을 입으면 관공서도 못 오게 하고 버스도 못 타게 하였다. 지식인들을 동원해 색복찬양가를 부르며 옷을 개량하려고 하였다.

개량한복이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우리 옷을 개량한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일제 문화말살정책과 근대화 열풍, 그리고 한국전쟁이후 주한미군의 구호물품으로 우리나라 옷은 지구상에서 그 연속성이 가장 오래된 옷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르게 사라졌다. 2000년 동안 이어지던 우리 옷은 사라지고 유럽에서 넘어온 양복이 우리의 의복문화를 지배하게 되었다. 지금 대부분의 성인 남성이 입고 있는 양복은 ‘부르조아 단체복’ 이라 할 만 한데, 세계 역사상 지금처럼 온 세계 사람이 민족, 풍토 등을 넘어 같은 옷을 입은 적은 없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 또한 대체로 전쟁참여를 통해 기반을 다지거나 전쟁 후 평화산업으로 탈바꿈을 하거나, 전쟁을 통해 기회를 잡은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히틀러 군복을 만들던 기업이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가 입는 명품기업이 된 곳도 있다. 또 파리의 상젤리제에 가면 정작 파리사람들은 없고 중국, 일본, 한국, 아랍 등 비서구권 사람들이 가방검색까지 당하고, 여권번호까지 빌려가며 줄서서 구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아시아에는 서구의 명품 짝퉁들이 판을 친다. 허나, 샤넬이나 알마니, 마르지엘라 등의 명품은 기존의 고정관념에 ‘이의제기’를 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다. ‘명품’ 도 족보를 따져가며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때 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민족복식들은 다 나름대로 아름답다.

우리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아름답다’ 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것이기 때문에 ‘촌스럽고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그럼 우리 옷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옷은 ‘생태학적 세계관’이 구석구석 형상화된 옷이다. 그래서 특별히 아름답다. 형태, 재료, 색상, 입는 법 모든 면에서 그렇다. 사람이 입으면 입은 사람의 ‘기를 살린다.’ ‘우리 옷은 기살리는 옷’이다.

 

머리의 백회부분을 뚫어 놓아 기가 통하게 하는 모자 - 조바위, 풍차, 남바위.

가슴을 묶어 지압효과로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치마착장법.

형태의 비대칭을 내적 무게중심으로 대칭을 잡아내는 저고리.

용천혈을 자극하는 버선. 무한대의 활동공간과 통풍공간을 지닌 사폭바지 등.

인간과 생명에 대한 무한한 사랑 없이는 만들 수 없는 형식들이 우리 옷에는 들어있다.

 

자 ~~ 이제 우리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생활의 지혜를 담고 있는 우리 옷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출처 :우리의 전통소재 생활한복, 질경이 우리옷 원문보기 글쓴이 : 비비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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