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하열동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것이 사계절의 정상적인 이치니,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곧 괴이한 것이다.
夏熱冬寒。四時之常數也。苟反是則爲恠異。 하열동한。사시지상수야。구반시즉위괴이。 - 이규보(李奎報),〈괴토실설(壞土室說)〉, 《동문선(東文選)》96권
[해설] 이규보(1168~1241) 선생이 어느 날 밖에서 돌아와 보니, 아들이 집안에 흙을 파고 무덤 모양의 집을 만들어 놓았더랍니다. 만든 이유를 묻자, “훈훈하여 겨울에 화초나 과일을 저장하기에 좋고, 또 길쌈하는 부인네들의 손이 얼어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였다는군요. 아들의 참신하고도 실용적인 발상을 칭찬할 수도 있으련만, 이규보 선생은 오히려 버럭 화를 내면서 그 흙집을 당장 뜯어내라고 야단을 칩니다. “길쌈이란 것도 제 시기가 있는 법인데, 하필 겨울에 해야 한단 말이냐. 또한 봄에 피었다가 겨울에 시드는 것은 초목의 정상적인 본성인데,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이것은 철을 어긴 물건이다. 철을 어긴 물건을 길러서 제때가 아닐 때의 구경거리로 삼는 것은 하늘의 권한[天權]을 빼앗는 것이다.” 옮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