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사는이치知

책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oldhabit 2010. 1. 24. 15:07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미야자와 겐지, 사계절

 

겐지의 사유를 옅보게 하는 참으로 재미난 자료다. 두 편의 전기형식의 동화는 쌍둥이이다. 형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고 아우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다. 그런데 형은 어둡고, 아우가 오히려 밟다. 형이 젊은 날 절망한 문청의 작품이라면 아우는 농민계몽에 전력을 다한 장년의 작가 모습이 보인다. 두 작품은 에피소드와 문장 등 거의 일치하는 바가 많지만 정반대의 결망을 향한다.

작품에는 작가의 페르소나가 등장하곤 하는데, 두 전기동화의 주인공 모두가 그렇다.

공통점은 역시 야심가이며 자수성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나온 동화는 그것이 개인적 동기로 추동되고 있고, 나중 나온 동화는 인류애로 가득하다. 이런 동기의 차이 때문일까 결말은 엄청난 허무로 끝나는 앞의 동화에 비해 뒤의 것은 숭고미를 남기며 끝난다. 두편 다 여운을 남기지만, 앞의 것은 허무의 여운이고, 뒤의 것은 희망과 미래의 여운이다. 외양은 같지만 내면이 다른 두개의 삶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두 편의 동화의 겐지의 갈등이자 승리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겐지가 본 현대문명의 비관은 먼저 나온 동화의 요괴세계가 아닐까? 어처구니 없는 허영과 권위로 가득한 세계말이다. 이 세계에 드러나지 않지만 있는 세계 이야기다.

반면 뒤의 동화는 농촌 계몽과 과학주의가 등장하고, 근대적 지성의 위대하고 숭고한 성취로 인류를 구원한다는 몽상을 보여준다.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마지막에서 파우스트 박사가 보았던 신세계에 대한 희망이 떠올랐다.

겐지는 현실적으로 희망을 추구했으나 절망하며 삶을 마감하게 된다. 어찌보면 실패한 삶이지만 그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꿈을 남겼다. 그것이 동화다. 동화에서 그리는 휴머니즘이며 자연주의이다.

누가 겐지를 알겠는가?

화산 속에 고독하게 죽지만 인류를 위해 희생을 자처하는 숭고한 청년 구스코 부도리를 보며 겐지의 꿈과 절망을 느낀다.

 

      = 차례 =

 

기획의 말

 

1장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1. 숲

2. 천잠사 공장

3. 수렁논

4. 구보 대박사

5. 이바토부 화산국

6. 산무토리 화산

7. 구름바다

8. 가을

9. 칼보나드 섬

 

2장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

1.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독립

2.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출세

3.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시찰

4.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안심

5.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출현

 

작품해설| 삶의 두 갈래 길. 엄혜숙

 

 

         = 출판사 리뷰 =

 

일본 아동문학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미야자와 겐지의 미발표 동화집. 이 책에 실린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작가의 철학과 사상,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겐지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언뜻 비슷한 구조로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말을 지녔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의 주인공 구스코 부도리는 어린 시절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다. 천잠사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수렁논에서 농사를 짓다가 공부를 해서 화학 기사가 된 부도리는 비를 내리게 하고, 비와 함께 비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가뭄을 막고 풍년을 가져온다. 뿐만이랴 냉해가 다가오자 예전의 자기처럼 기근으로 부모를 잃는 사람이 없도록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다.

한편 '펜넨넨넨넨 네네무'는 이렇게 전개된다. 주인공인 요괴 펜넨넨넨넨 네네무는 어린 시절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 뒤 숲에서 다시마를 따며 고된 노동을 하다, 공부를 해서 세계재판장이 된다. 네네무는 명판결로 인해 지위와 명성이 높아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렇듯 두 작품은 '전기'라는 형식답게 모두 어떤 인물의 일대기라는 형식을 지니고 구성도 흡사하지만, 두 주인공은 각각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또한 인간세계와 요괴세계라는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위와 사건, 대사 등은 기묘하게 겹치면서 결국 동일한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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