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자체는 어떤 경우든 아름답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어떤 특정한 사건을 두고 함부로 하나님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무척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며 결국 하나님께도 누를 끼치는 행위가 된다. ...
한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을 아전인수 격으로 자기 집단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며,
실제로 역사상 엄청난 비극을 초래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것이며,
나의 뜻이 하나님의뜻이고 우리의 정의가 하나님의 정의라고 확신하며 살고 있나?
나는 하나님이 어떤 인격적 의지를 지닌 우주적 힘이라고 믿지만,
하나님을 너무 쉽게 우리와 같은 행위의 주체로 간주하여
그의 뜻과 의지를 함부로 들먹이는 신앙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서적 인격신관은 자칫하면 무한한 하나님을 우리와 같은 유한한 존재,
그것도 때로는 아주저급하고 편협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들기 쉽다.
지진의 엄청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은 하나님을 믿기보다는
차라리 무신론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마음편하고 인간다운 일일 것 같다.
기도를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 하는 하나님,
왜 안들어 주시냐고 원망과 울부짖음의 대상이 되는 하나님을 이제 잊어버리자
당분간 무척불안하고 허전하겠지만, 더 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다.
그래서일까 독일의 영성가 엑카르트는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했고
“하나님이 아닌 모든 것을 넘어서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기도했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하나님을 괴롭히지 말고 놓아주자.
“하나님을 놓아주자"-길희성-2009년11월,도서출판 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