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빈가슴속心

눈높이

oldhabit 2010. 6. 1. 00:56

살아 가는 일에 맘과 뜻이 맞고, 통할 수만 있다면,

그리 큰일이 닥치지 않는 한은, 정말 살만 할 것 입니다.

그 맞음엔 많고 크고가 없고, 딱 한 사람만이라도 행복할 거란 맘이 듭니다.

그만큼 모든 것이 맞아 통함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것 입니다.

 

원통 소망교회의 목회자 부부는 저완 아주 막역한 사이입니다.

해 마다 두 서너번의 오며가며 드르고,

일 삼아 가서 묵다가 옵니다

시절마다 그 곳의 특산물 또한 차 뒷자석에 듬뿍 실어 줌도 잊지 않는 선물입니다.

 

어느해엔 머루나무 하나,

지금도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안방 화장실에서 얼마나 예쁘고 실하게 잎을 피우는지요

보고 또 보아도 귀한놈으로 자리매김입니다.

 

어느해엔 듬성듬성 몇 개 올라온 사랑초를 주었습니다.

녹색잎을 지닌 사랑초는 처음 보았습니다.

 

분당 친구가 아주 작은 화분에 서너댓개의 줄기가 보이는 것을 가져 다 주었습니다.

 

두 개를 다 함쳐도 성에 차지 않아,

 

어느 날 목현동으로 팥칼국수를 먹으러 분당 친구와 갔는데,

 그 옆집이 아주 커다한 식물원이였습니다.

사랑초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다가 사려하자 분당 친구가 극구 말렸습니다.

나중에 제게 한 말인데 쪼그리고 앉아서 사랑초를 고르는 제 엉덩이를 차고 싶었답니다.

사랑초는 번식력이 좋고 생명력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실해진다는 자신의 말을 무시해서랍니다.

친구말을 잘 듣고 그냥 돌아섰는데,

오늘에 와선 참 잘한 일중 하나입니다.

 

지금 현관문앞 화분의 사랑초는 어느 집것에 부럽잖게 살한 화분이 되어 무한한 기쁨을 선사합니다.

그렇게 실하게 되기까지 참, 긴 기다림이였습니다.

 

코드가 맞는 놈들끼리 잘 뭉쳐 놓은 탓도 있습니다.

 

두 개의 화분에서 하나는 자줏빛 사랑초,

또 다른 화분엔 녹색잎과 자줏빛사랑초가 섞여 있었습니다.

 

지난 가을 그 화분들을 몽땅 쏟아 잎의 색깔을 보고 뿌리를 잘 골라 같은 색끼라 모두어 주었습니다.

 

겨우내 기운 못 차리는 듯, 아니면 죽은 듯,

살아 날 기미가 없어 내심 실망이 컸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위로로, 다 죽었으면 차라리 실한 화분을 하나 사면 되지 하긴 했지만,

서운한 맘은 그대로였었습니다.

 

얼마 전 부터 여린줄기가 삐죽삐죽 솟더니,

이젠 한아름의 자줏빛사랑초의 면모를 여실히 갖추어 주었습니다.

 

그 옆 녹색사랑초는 이제 한 열개쯤 올라왔으려나요,

그래도 그 본분을 능히 헤아릴 만큼의 모습을 갖추어 가니 부자만 같습니다.

 

코드를 잘 조정해 주니,

그들끼리의 뭉침에 든든한 터전을 다짐인가요?

 

사람 사는 일의 코드를 이야기하려다 이렇게 긴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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